유종렬 충북교총자문위원장 전 음성교육장

 
 

 어느새 풍요의 계절 가을이 살포시 우리 곁에 다가왔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을 기다리는 농부는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옛날 어른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두 가지가 있었다. 논에 물 대는 것과 자식 입으로 밥 들어가는 것이다. 먹고 살기 바빴던 시절, 농사 잘 되고 자식 굶기지 않는 것 이상의 절대적 가치는 없었다. 자식 키우는 일은 자연스레 자식 농사가 되어 제일 큰 농사 대접을 받았다.또한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속담처럼 자식농사는 숙명적인 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식들이 잘 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에게는 자식농사를 잘 지었다고 말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자식농사를 망쳤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 속담에 ‘땅농사는 남의 농사가 잘 돼 보이고 자식농사는 내 농사가 나아 보인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내 자식이 잘생기고 똑똑해 보인다는 말이다. 피가 당기고 정에 끌리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 사랑하는 것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도를 넘으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정몽준 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미개하다”고 한 아들로 인해 곤혹을 치렀고,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선 고승덕 후보는 “아버지 노릇을 하지 않았다”는 딸의 폭로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얼마 전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장남의 군 폭력 문제로 또 고개를 숙였다.

자식농사는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농사로부터 자유로운 부모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식은 부모를 보고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므로 자식에게 사람이 되는 길을 우선적으로?가르쳐야 한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인간이 되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을?매섭게 가르쳐야 한다.

만약 부모로서 자녀에게 마땅히 가르쳐야 할 것들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이 또한?직무유기 아닌가. 잘 먹이고 잘 입히며 공부 많이 시켜주는 것만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큰 오산이다.?

금년에 농사를 잘못 지었으면 내년에 잘 지으면 얼마든지 복구가 가능하지만 자식농사는 한 순간 잘못된 길로 빠지면 영원히 복구하기가 어렵고 자식의 잘못 됨은 고스란히 부모의 몫으로 남게 되고 평생을 걸쳐 후회하기 마련이다.

가을에 거두어들일 것이 많기 위해서는 봄과 여름 쉼 없이 일하며 곡식이 병에 걸리지 않고 잘 자라는지 늘 살펴야하듯이 자식농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농부가 1년 동안 수고해서 추수를 할 때야 말로 설레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항상 풍성한 추수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실망을 할 때도 있고 아예 먹을 양식조차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부는 다시 씨를 뿌리고 열심히 땀을 흘리며 가꾼다.

결실의 계절을 맞아 가을에 곡식을 수확하는 기쁨은 잠깐이지만 교육의 수확은 영원한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잠시 일손을 멈추고 한 번쯤은 자식농사를 어떻게 짓고 있나 뒤돌아 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크게 자라긴 했어도 허우대만 껑충한 작물은 아닌지, 생각 없이 무성한 가지와 잎이 옆 작물에 피해를 주는 건 아닌지, 흙만 건강하면 곡식은 알아서 큰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이제부터라도 농사 중의 농사, 세상에서 제일 큰 농사인 ‘자식농사’를 땀 흘리며 올곧게, 제대로 지어 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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