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두현 음성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어린이 날을 시작으로 어버이 날, 부부의 날로 이어가며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지난 시간 무심했음을 돌아봐야 하는 5월이 끝이 나면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온다.

 해마다 이맘때면 여타의 가족행사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스쳐 지나가는 기념일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올해도 역시 5월 셋째 주 월요일, 성년의 날은 그렇게 조용히 흘러갔다.

 과거 조선시대의 冠禮(성인식)는 비록 양반계층에 한정되었지만 사람이 나고 죽기까지 거쳐야 하는 네 가지 의례(冠婚喪祭) 중 제1의 통과의례였다.

 관례는 삶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가족과 사회, 국가에 대한 성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한편 그에 따른 사회적 인식 및 대우가 크게 달라지는 일생의 전환기 의식으로 중시되었던 것이다.

 오늘의 성년의 날 역시 대체로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하여 지정된 기념일”로 정의된다.

 성년의 날엔 의례적으로 만 19세가 되는 사람에게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은 장미와 향수를 건네고 연인은 키스를 선물하는 것으로 성인이 되었음을 축하한다.

 장미는 열정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라는 뜻, 향수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향기를 오래도록 풍기는 좋은 사람이 되라는 의미, 키스는 성인으로서 책임감 있는 사랑을 하라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선물은 성년의 날을 유의미하게 받아들이고 축하해주는 주위 사람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것이지만 성년이 되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선물도 있다.

 우선 사법상으로 완전한 행위능력자로서의 자격이 부여되며 공법상으론 음주·흡연 등의 제한이 해제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축복과도 같은 선거권을 취득하고 정당가입 등 정치참여의 길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사람에 따라서는 차등 없이 주어지는 선거권이 무슨 그리 큰 축복일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폄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 신분, 재산, 성별, 종교, 인종의 차이로 인해 선거권을 가질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목숨과 바꿔가면서까지 얻고자 했던 무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선거권이었다.

 과거처럼 연령이 아닌 다른 조건에 따라 선거권을 부여한다고 가정해 보라!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겐 상상할 수조차 없는 특수계급사회요 끔직한 불평등사회가 아니겠는가?

 작년 4월에 박모 군 등 4명의 청소년이 “19세 또는 그 이상의 연령을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 주민투표권, 정당 가입 및 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내린 일이 있었다.

 선거권이 과연 19禁이어야만 하는지, 헌재결정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여부는 제쳐두고 이 사건을 대하면서 청소년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 욕구를 확인하고 기성인으로서 다소 놀라고 한편으론 적이 안심하면서 그 청소년들에게 마음으로 격려하고 진정어린 박수를 보냈다.

 선거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절차다.

그러기에 성년이 된 새내기유권자들에게 늦은 축하와 함께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18세의 동생들이 누릴 수 없는 유권자로서의 즐거움을 마음껏 구가하라!

그대들이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어김없는 투표로써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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