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준 전 음성교육장

  장자골과 장자마을

 소이면 비산리의 ‘장자골’과 원남면 주봉리의 ‘장자밭고개’ 그리고 청주시 금천동의 ‘장자마을’에서 ‘장자’의 뿌리는 무엇이고 무슨 의미일까?

‘장자골’은 ‘장자’와 ‘골’로 분석되며 ‘장자(長者)’는 ‘큰 부자를 점잖게 이르는 말’이다. 지명에서 ‘장자’는 단독 또는 선행 요소로 매우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데 ‘장자’, ‘장자거리’, ‘장자고개’, ‘장자곡’, ‘장자골’, ‘장자논’, ‘장자동’, ‘장자리’, ‘장자못’, ‘장자물’, ‘장자바우’, ‘장자방죽’, ‘장자밭’, ‘장자불’, ‘장자산’, ‘장자우물’, ‘장자울’, ‘장자터’ 등이 그 예이다. 그리고 이런 지명에는 예외 없이 장자와 관련된 유래담이 전한다.

고창군 대산면에는 장자못이라는 큰 못이 들판 한 가운데 있는데, 이곳은 원래 큰 부자가 살았던 집터였다. 큰 부자로 살았던 장자는 인색하고 덕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중이 와서 시주를 부탁했는데, 부처님을 먹일 것은 없다며 바랑에 퇴비를 부어 주었다. 그것을 본 며느리가 중을 괄시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몰래 나와 시주를 하였다. 중이 며느리를 향해 따라오라며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그 집에 곧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예언했다. 어느 정도 가자 며느리는 이쯤에서는 괜찮을 것 같아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며느리는 장승으로 변하게 되고, 그 집은 못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이 못을 장자못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또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에 전해오는 유래를 보면 “옛날 어느 부자가 어찌나 인색하였든지 시주를 청하는 중에게 쌀 대신 쇠똥을 퍼다준 죄로 그 집터가 늪이 되었다고 하며 이를 장자늪, 장자소라 불렀다.”고 전해 온다.

이와 같이 ‘장자’를 큰 부자를 의미하는 말로 해석하다 보니 가난하게 살던 시대에 부자에 대한 반감으로 인색한 부자에게 벌을 주는 내용의 유래가 공통적으로 전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장자’라는 말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

괴산군 사리면 방축리의 ‘잔다리들’, 괴산군 소수면 길선리의 ‘장골고개’, 단양군 단성면 황정리의 ‘작은견박골, 잔견박골, 장견박골’, 감곡면 연산리의 ‘잔자골’, 감곡면 주천리의 ‘잔자골고개’ 들의 예를 보면 ‘장자’의 ‘장’은 ‘작은’, ‘잔’과 혼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작다’는 의미의 형용사형인 ‘잔’이 ‘장으로 변이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장자’의 ‘자’는 그 의미가 분명치 않아 진천읍 산척리에서는 ‘장자골’을 ‘장척마을’로 ‘척(尺)’으로 표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단양군 어상천면 연곡리의 ‘장티, 장재(長峙)’, 경남 양산시 상북면 소석리의 ‘장제마을’에서처럼 ‘장자’ 대신 ‘장재’, ‘장제’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으로 보아 ‘장자’의 ‘자’는 ‘산, 고개’라는 의미의 ‘잣’이며 일반적으로 지명에서 ‘자, 재’로 쓰여왔다.

따라서 ‘장자’는 ‘작은 고개’ 또는 ‘여러 개로 갈라진 작은 산줄기’의 의미임을 알 수 있으며 ‘장자’계의 모든 지명을 이러한 의미로 해석해 보면 지형의 형태를 통한 지명 명명의 유연성은 물론 주변 지형과 ‘장자’ 뒤의 후행 요소와의 연관성이 비로소 속시원히 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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