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 칼럼니스트

 
 

승진하신 교장선생님께

하늘이 높고 푸르다. 아직 노염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아침 저녁엔 서늘한 바람이 불고 가을의 문 앞에 와 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믿음 속에 출람지예(出藍之譽)를 보람으로 어렵고 힘든 세월을 인사(人師)의 길, 걸어오신 님께서 승진의 기쁨을 안고 부임하심을 경하 드린다.

지난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시절도 있었지만, 교육현장에 갈등과 문제들이 산적한 오늘, 하실 일들이 너무 많다.

후한서(後漢書)에 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 “물이 맑으면 큰 고기가 살 수 없다”고 했고, 논어(論語)에는 기신정불령이행(其身正不令而行), “바르게 행하면 명령을 하지 않아도 따르게 된다”고 했다. 너무 살피면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난다. 지도자는 바닷물과 같이 청탁현우(淸濁賢愚)를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관인대도(寬仁大度)의 넓은 가슴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모범이 될 수 있는 솔선수범하는 처신이 요구된다.

교육현장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는 인화(人和)가 묘약이다. 맹자(孟子)에도 천시(天時)나 지리(地利)보다 인화(人和)가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오기 장군이 전쟁터에서 부하의 종기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주던 연저지인(?疽之仁)의 고사(故事)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장수는 졸병들과 잠자리와 먹는 것을 같이 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교장은 선생님과 학생들 앞으로 다가가서 기쁨과 어려움을 같이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기(史記)에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고 했다. 선생님과 학생들을 인정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며 격려할 때, 믿고 따르게 된다.

교육현장에는 외풍(外風)이 많고 결단해야 할 어려운 일들에 부딪히게 된다. 교장은 이 바람을 막아줄 방풍역(防風役)이 될 때, 선생님과 학생들이 믿고 따르게 된다.

채근담(蔡根譚)에 청능유용(淸能有容) 인능선단(仁能善斷)이라고 “청렴하면서도 포용력이 있고, 인자하면서도 어려움에 처했을 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의 덕목을 실천하는데 힘쓰자.

교장은 학생들과 선생님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선생님은 사랑으로 학생을 교육하고 학생은 존경하는 마음으로 배움에 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되도록 힘써야 한다.

칭찬에 인색한 게 우리의 생할 풍토이다. 웃으며 하루일과를 시작하고 격려하며 마무리하는 가운데 웃음이 넘치는 즐거운 학교를 기대해 본다.

이 글로 승진을 축하하는 인사로 대신하며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 날이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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