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영 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서양화가

 
 

시계는 시간을 재는 기계이다. 인간이 만든 이 오래된 장치는 계절의 변화, 탄생, 사망, 활동이나 상황의 진행시간, 그리고 나이를 측정하는데 사용된다. 내가 어렸을 적엔 밤 12시와 새벽4시에 소방서에서 통행금지와 해제를 알리는 사이렌도 있었다. 그리고 닭소리, 기차 소리, 해나 달의 위치를 보고 대충 맞추어 살았다.

오차가 1시간 정도는 되었을 텐데 별로 불편함을 몰랐다. 요즘은 길거리에도 시계탑이 있고 사무실이나 집에도 벽시계가 있고 휴대전화에도 시계 기능이 있다. 이제는 시계를 차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요즈음은 시계가 멋을 부리는 소품이나 가격이 고가인 명품 시계는 부의 상징이나 뇌물의 수단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박기춘의원이 불법정치자금수수 혐의로 구속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그와 그의 가족은 2011년부터 올해 까지 분양 대행 업자로 부터 3000만 원대의 고가 시계를 가족들이 11개나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전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2006년 4200만원 상당의 ‘프랑크뮬러’ 시계를 뇌물로 바쳤다가 들통이 났다. 중국 관리 가운데도 명품시계만 골라 뇌물로 받았던 양다차이 산시성 국장이 4천만 원이 넘는 시계뇌물을 받아 징역 14년형과 더불어 재산을 몰수당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갈수록 수천만원대의 시계가 권력자들을 매수하기 위한 뇌물로 이용되고 있다.

요즈음,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 사회의 각계각층, 특히 정치인들과 행정기관장들의 뇌물수수가 국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 하고, 준 사람은 청탁의 뇌물이라 하며 받은 사람은 잘 알고 지내는 선의의 선물이라고 우겨댄다. 선물과 뇌물의 차이 선물과 뇌물은 분명 다르다. 그 중 가장 현저한 차이는 준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이다.

받는 사람이 뇌물이라고 생각할까봐 준 사람이 걱정하면 선물이고, 받는 사람이 선물이라고 착각할까봐 준 사람이 걱정하면 뇌물이라고 한다.

뇌물의 파괴력은 양방향에서 온다. 일상의 부정과 생계형 뇌물이 발전해도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일상의 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와 자괴감이 만연하면 국가는 생기와 동력을 상실한다.

또한 뇌물은 그 어떤 범죄보다도 전염성이 강하고, 사회의 모든 부분을 부패시킨다. 우리 사회에서 뇌물, 떡값, 촌지 이런 말들이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뭔가 정당하지 않은 목적으로, 혹은 대가로 주어지는 금품, 바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부실하게 만드는 주범이 라는 거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또다시 우리나라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혹시 이번 명절을 악이용하여 누가 뇌물수수의 기회로 삼는지 눈여겨보고 신고하여야 한다. 이번 추석명절엔 우리의 미풍양속을 지키는 훈훈한 소식만이 들려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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