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녀석 키우기가 어렵다. 아직까지는 두 녀석 다 순탄하게 키웠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우유먹고 젖먹을 때부터 그런 순둥이가 없었다.
잠투정 한번 하지 않고 우유 끊는 것 이유식 하는 것 잘 따라주고 힘들게 하지도 않았다.
까다롭게 군다는 아이를 보면 오히려 내 아이들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큰 아이는 사회성이 아주 좋다. 친구 사귀기를 잘 하며 붙임성이 있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발이 넓다.
선생님은 물론이고 동네 아줌마한테도 익살을 부린다.
하지만 작은 녀석은 큰 아이와 너무도 다르다. 아무리 내가 인사를 잘 해도 그걸 보고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내 뒤로 가서 숨어 버린다.
언제나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소극적인 것이 아이의 특성 일수도 있고 어찌 보면 다른 장점이 있을 수 있겠다 생각하고 아이를 다그치거나 야단 치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이에게서 점점 문제가 생기고 있다. 며칠 전 아이의 입안이 심하게 헐었다. 그래서 그런지 저녁부터 자꾸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애 아빠는 “사내 녀석이 그 까짓 일로 학교를 안 가면 안되지. 꾀병 피지마!”하며 핀잔을 준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 닦으며 급식도 할 수 없다며 “엄마 나 학교에 안 가면 안돼?”하고 입을 가리킨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지 않아도 되게끔 편지를 써주겠다고 타일렀다.
그래도 가기 싫다고 한다. 그래서 조근조근 물어 보니 같은 반 아이가 2학년에서 3대장인데 그 아이가 자기를 때린다는 것이다.
장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패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단다.
힘이 센 아이라 아예 대항을 하지도 않은 것이 아이가 너무 비겁하지는 않은 것인지 염려가 되었다.
그리고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니 마음의 상처가 컷을 게다.
머리 속이 복잡했다. 말로만 듣덛 교실폭력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다니!
‘학교로 찾아가 그 아일 구슬릴까? 잘 타일러 볼까 아니면 선생님께 말씀드려 잘 지도 해 달라고 할까?’머리 속에서만 이런 저런 생각이 오갔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무슨 일 때문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동생 교실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칠판 옆쪽에 떠든 사람 가운데 내 동생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는 반장 아이를 불러 동생 이름을 당장 지워 버리라고 협박한 적이 있다.
그 반장 아이는 이름을 지웠고 두 살이 많은 나를 굉장히 무서워했던 것 같다.
나는 큰 아이에게 학교에서 동생이 어떻게 지내는지 관심 좀 가지라며 공연히 큰 아이를 나무랐다.
그리고 큰 아이가 작은아이 교실에 가서 때리는 아리를 타이르고 또 때리면 엄마도 찾아 올 거고 선생님께도 말씀드릴 것이니 앞으로는 사이 좋게 지내도록 얘기하라고 했다.
아이들을 보내 놓고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 제대로 한 일인지 아닌지 걱정도 되었다.그 아이가 더심하게 괴롭히지는 않을지?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리고 아이 스스로 해쳐 나가도록 그냥 놔두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만 하는 보모심정에서 그런 것은 아닌지 마음을 잡을 수가 없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의 공부에만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아이가 힘을 잘 쓰는 것에도 욕심을 부린다.
그래서 자기 아이를 남의 아이들에게 맞게 하지 않으려고 무술 학원을 보내는걸 종종 본다.
그리고 자기 아이가 남의 아이 때리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교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폭력, 폭력을 쓰는 아이들 대부분이 무술 학원에 다닌다.
힘을 무기로 남을 괴롭히고 다른 사람 위에 서게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무도는 아닐 게다.
무술을 지도하는 사람이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 교육을 받는 아이나 부모가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서 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 아이만 잘 되길 바라는 부모의 이기심을 먼저 없앤다면 교실이 좀 더 평화롭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내 아이를 위하는 것이 게다.
부모들이 세상을 좀 더 넓게 보아야 하겠다. 세상에는 나 아닌 우리가 살고 있다.
내 아이가 잘 되려면 내 아이가 사는 환경이 좋아야 하지 않겠는가?
<가섭산의바람소리>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