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전 음성군 교육장

지명의 뿌리 찾기의 필요성과 감동

 오늘날 세계 정세와 우리 주변의 상황이 너무나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 내일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최근 100여년의 역사는 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혼란과 격동을 겪어 왔다. 이러한 속에서도 우리 고유한 문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민족 문화를 계승 발전해오고 있으며 반만년 문화 역사를 지닌 문화민족으로서의 부끄럽지 않을 훌륭한 말과 글을 갈고 닦아 온 것 또한 크게 다행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우수한 토목 건설 장비의 출현으로 도로 건설과 농공단지 조성, 택지 조성, 경지 정리 등으로 급격하게 지형이 변화하면서 오랫동안 조상들의 피와 땀이 서린 유서깊은 생활 터전이 하루아침에 파헤쳐지고 변형되어 귀중한 많은 고유의 지명들이 그 유연성의 변화로 지명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변하거나 지명 자체가 소실될 위기에 처해 있는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다. 이에 수천년을 이어 내려온 조상들의 얼과 정신은 물론 국어 연구의 귀중한 자료를 보존하기 위해서도 지명의 변화 과정을 밝혀 어원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름의 혼란은 한자가 우리 땅에 전해진 후에 대대로 구전되어 온 지명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하여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 혼란이 언어 변화의 과정과 어원을 찾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지명을 한자로 고치기 시작한 것은 신라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신라가 문무왕 8년(668)에 삼국통일을 이룩하고 경덕왕 16년(757) 12월에 신라 전국에 9주를 두고 군현(郡縣)의 명칭을 고칠 때 전국의 땅이름이 순수한 우리말로 되어 있어 속되고 방언이 섞인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아름다운 이름으로 고치고자 한자음으로 표기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에 전해지는 지명에 대한 전설, 지역의 이름을 미화하려는 가상의 의미, 소리에 따라 생각나는 개인 나름대로 유추하는 상상적 의미, 그리고 한자로 표기하는 사람의 개인적 취향에 의하여 지어낸 의미 등이 지명 변화의 요인이 된다.

이와같이 지명에는 한자로 표기될 당시의 옛 지명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지명에 깃든 뿌리와 어원을 찾아내는 단서가 되기도 하지만 조상들의 생각과 고민과 임기응변의 재치, 그리고 유머를 발견할 때는 조상들의 장난기 어린 얼굴을 떠올리며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기도 한다.

옛 조상들이 쓰던 옛 언어를 재구성하고 선조들의 꿈과 희망, 생활에서 느끼는 일상적인 생각들이 있는 그대로 녹아 있는 지명의 어원을 찾는 일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며 가슴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음성 지역 지명의 어원을 고찰하면서 많은 분들의 고향 마을 이름의 뿌리를 찾아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서 보람을 느껴왔고 글을 쓰는데 많은 격려와 힘을 얻게 되었다.

또한 고향 사랑이 지극한 분들이 마을 이름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의견을 보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글의 표현 과정에서 오랫동안 전해오는 마을이름이 언어학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하여 억지로 갖다 붙였다는 표현을 하거나 좋은 의미로 전해져온 마을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게 한 점이 있다면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분들이 있어 고유한 마을이름과 땅이름이 수백년 수천년을 지켜내려 왔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머리숙여 감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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