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함박산

음성읍 동음리와 맹동면 군자리 경계에 있는 해발 352m의 산이 함박산(咸朴山)이고, 맹동면 군자리와 쌍정리, 두성리 경계에 걸쳐 있는 해발 339m의 산이 함백산(咸白山)이다.

이 두 개의 산은 원래 함박산으로 불리던 산이 서로 구별하기 위해 다르게 표기된 것으로 보이며 특히 함백산은 함박꽃과 연관지어 작약산(芍藥山)이라고도 부르고 있는 것 역시 함박산과 구별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렇다면 함박이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가?

전국에 함박산 또는 함백산이라는 이름의 산이 다음과 같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경남 사천시 축동면의 함박산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동의 함박산

부산 기장군 정관면 달산리의 함박산

경남 함안군 칠북면 검단리의 함박산

경기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의 함박산

경기 평택시 고덕면 율포리의 함박산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의 함백산

이를 볼 때 그 어원의 뿌리는 옛날의 지명에서 공통적으로 널리 쓰이던 순수한 우리말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가 있다.

용인시 처인구 남동(南洞)과 이동면(二東面) 천리(泉里)에 걸쳐있는 함박산(函朴山)은 천지가 개벽될 때 온 세상이 물에 잠겼는데 이 산봉우리가 함지박만큼 물위에 남아 있었다고 하여 함박산이 되었다고 전해지는데 1900년대 초반에 간행된 구한국 시대 지명지에는 함박산을 함복산(函福山)이라고 쓰고 한글로 함박산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현재는 한자로 함박산(函朴山)이라고 쓰지만 한자를 풀어서 설명하지 않는 것은 그 어원을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 기장군 정관면 달산리의 함박산도 생김새가 함지박을 엎어놓은 형상이라고 하여 함박산이라 명명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생극면 방축리의 ‘함박골’도 전에 함박꽃이 많이 피었다고 하여 함박골이라 하였다고 전해지는 등 모두 함박의 어원을 잃어버림으로써 함박꽃과 연관짓고 있으나 사실은 대전(大田)의 옛이름이 ‘한밭’인 것처럼 ‘큰 밭’이라는 의미의 한밭이 세월이 흐르면서 ‘함박’으로 음운변이된 것으로 보는 것이 지명의 명명 과정으로 보아 가장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도 함박꽃과 연관지은 것은 ‘한밭’의 이미지보다 보다 우리에게 좋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해 주므로 어원을 밝히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겠다.

중국에서는 모란을 꽃의 왕이라 하여 화왕(花王)이라 했고 작약을 꽃의 재상이라 하여 화상(花相)이라고 했으며, 그리스 신화에는 신들이 서로 싸울 때 상처가 나면 의사 패온이 작약을 사용하여 치료했다고 하여 속명이 패오니아(Paeonia)가 되었다고 한다. 선인들이 즐겨 마셨다는 작약차(芍藥茶)는 정신을 맑게 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여 신선처럼 만들어준다는 건강에 매우 유익한 차라고 한다. 이와같이 함박꽃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매우 이로운 꽃이다.

함박산을 바라보며 작약차에 향취하여 시름을 덜고 함박같은 너털 웃음을 지으며 부초같은 인생 여정을 쉬엄쉬엄 가보는 것이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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