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호 음성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육박하는 아시아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선진국 도약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사회자본의 부족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사회자본이란 일반적으로 ‘신뢰, 참여, 배려를 통해 공적·사적 공동체 내외간의 협력을 촉진시키는 유무형의 자본’으로 정의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에서도 한국의 사회자본 수준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평가됐고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부분은 공적 신뢰 분야였으며 특히 정부와 사법·교육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깊었다.

공적 시스템뿐만 아니라 사적 영역의 신뢰도까지 포함해 추정한 지수 역시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불신공화국’ 또는 ‘불신지옥’이라는 자조적인 푸념이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국의 경제자본에 비해 사회자본 축적이 뒤처진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에서도 후진적 정치행태가 빚어낸 뿌리 깊은 정치 불신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한국사회의 정치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불신의 핵이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정치자금스캔들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정치가 있는 곳에 돈이 필요하고 돈이 없으면 정치도 없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투자가 필요하듯 정치인에게 돈은 정치무대에서의 존속과 성장을 위한 필수비용이다.

이 비용을 확보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검은 돈의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현실정치에서 정치자금스캔들이 끊이지 않고 재발하는 가장 큰 이유다.

정치 불신의 일차적 책임이야 물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정치권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불신의 골이 이만큼이나 깊어져 한국 사회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때까지 국민의 입장에서 정치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했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tm캔들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 전체를 싸잡은 비난과 질타, 자포자기적 체념으로 일관하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바른 정치를 원한다면 바른 정치인을 길러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는 것도 국민의 몫이다.

선호하고 지지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어느 정치평론가의 비유처럼 그가 ‘감옥의 담장위에서 위험한 춤판’을 벌리지 않도록 국민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 구체적 실천 수단으로써 아직 국민들 속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정치후원금 제도를 주목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을 향한 비난과 삿대질이 정치발전에 별 다른 효과가 없다면 이제 정반대로 방법을 바꾸어 등 두드려 주고 격려함으로써 그들의 뒤에 국민이라는 엄청난 잠재적 후원자들이 버티고 있음을 알게 하자는 뜻이다.

반응이 더디다고 조급해 할 일도 아니다.

오래도록 켜켜이 쌓여 온 불신의 벽을 허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전 시대보다 분명 풍요롭고 자유로운 세계 10위권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는 개인의 영달과 안위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한 정치인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랬던 정치인들이 지금 우리 곁에도 반드시 존재하고 있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지금은 다소 미덥지 않더라도 언젠가 부쩍 성장한 미더운 모습으로 국민의 손을 굳게 잡고 있을 그들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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