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서양화가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던 2015년도 달랑 한 장의 달력만 남겨진 12월이다. 저녁마다 각종모임의 송년회가 시작되었다. 전에는 망년회(忘年會)로 많이 쓰던 말을 요즈음에는 한해를 보내며 새해를 잘 맞이하자 라는 뜻으로 송년회(送年會)라는 말을 많이 쓴다. 당연히 송년회 모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다. 요즈음은 술이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고 다 같이 필요한 인간관계의 윤활유가 되어버렸다.

 누구나 술을 마시게 되면 곧잘 솔직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그 솔직함이 좋아서 한해가 저물어가는 요즈음 음식점에서 고기 굽는 희뿌연 연기를 어깨로 넘기며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한해를 뒤돌아보는 것 아닐까. 거기다 인생의 낭만과 우정을 함께 즐긴다. 술이란 한낱 음식이요, 배설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한 잔의 술에 박장대소하는 술자리에서 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남녀간에 불같은 사랑과 이별이 그리고, 한 개인의 출세와 영화를 누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술은 언제나 수심(愁心)이며, 수심은 언제나 술인고로 술 마시고난 후 수심인지, 수심난 뒤 술 인지 아마도 술 곧 없으면 수심 풀기 어려워라. 애주가는 정서가 가장 귀중하다. 적당히 취하는 사람이 최상의 술꾼이다. 술은 최고의 음식이며 최고의 문화다. 술은 비와 같다. 진흙 속에 내리면 진흙을 어지럽게 하나, 옥토에 내리면 그곳에 꽃을 피우게 한다.

 어느 시인이 ‘술 속에 진리가 있다. 술은 그 사람의 마음을 비춰내는 거울이다.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그것이 우리가 늙어 죽기 전의 진리고, 전부이니라. 나는 입에다 잔을 들고 그대 바라보며! 웃음 짓노라! 까닭이 있어 술을 마시고 까닭이 없어 술을 마신다.

 술이 없으면 낭만이 없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사리를 분별할 수 없다!’고 했다. 술좌석에서 잔이 한 바퀴 도는 것을 한 순배(巡杯)라고 하는데 술이란 대개 석잔은 훈훈하고, 다섯잔은 기분좋고, 일곱잔은 흡족하고 아홉잔은 지나치므로 7잔 이상은 절대로 권하여 돌리지 아니하였다. 술은 마시기 시작할 때에는 양처럼 순하고, 그보다 더 마시면 돼지처럼 더럽게 되고, 너무 지나치게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 부르거나 한다. 술은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인 것이다.

 이렇듯 좋은 술이라 하나 과음을 삼가하는 음주문화를 만들어야한다. 금년은 IS 프랑스테러, 북한과 일촉즉발 대치, 메르스공포, 과격시위, 각종비리사건, 악성루머, 경제몰락 등 유독 짜증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그러나 세계야구선수권 우승의 환호성, 그리고 며칠 전 내린 첫눈으로 하얗게 변했던 깨끗한 세상을 떠올립시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에게 눈길을 돌려 연탄 한장이라도 보내줍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적당히 술을 마시며 즐거운 송년회를 갖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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