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현

비 내리는 오늘 출근길에 보니 아이들이 갖가지 예쁜 모양의 우산을 쓰고 학교에 가고 있었다. 60년대에 우산이 귀했던 내 어린 시절이 문득 생각났다.

비 오는 날이면 책이 젖을까 봐 책보를 옷 속에 동여매고 다녔다.

여자 아이들은 보자기에 책을 돌돌 말아 허리에 질끈 동여매었고, 남자 아이들은 책보를 한쪽 어깨와 다른 쪽 겨드랑이 사이에 대각선 모양으로 묶고 다녔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른들은 비료가 들어 있었던 비닐 비료부대 양옆과 위를 반원 모양으로 잘라내어 얼굴과 양팔을 끼워 입는 맞춤형 비옷을 결치고 논에 물꼬를 보러 가셨다. 어떤 사람은 비닐 고깔모자까지 만들어 세트로 착용했다.

그 무렵에 하얀색과 파란색 비닐우산이 있었는데 비닐우산은 말 그대로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만든 살에 비닐을 씌워 만든 우산을 말한다.

우산대도 대나무에서 나중엔 플라스틱으로 발전하긴 하였다. 비닐이 얇아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기라도 하면 우산이 홀라당 뒤집히곤 하였다. 바람에 비닐우산을 안 놓치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비닐은 대 살에서 떨어져 펄럭거리고 말았다.

학교에서 갑자기 비가 올 때면 엄마들이 비닐우산을 챙겨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는 쏟아지는 빗속을 그냥 쏜살같이 뛰어가면서도 부끄러움이나 원망도 하지 않았다. 이마부터 눈으로 뺨으로 타고 내려오는 빗물을 손으로 훔쳐내면 그만이었다.

지금은 비닐우산에 대한 애환이 아득한 옛일로 느껴진다.

요즘은 성능이 좋은 우산도 많고 필요하면 쉽게 살 수 있어 가족 숫자보다 우산 숫자가 훨씬 많은 때가 있다.

그리고 요즘 비는 산성비니 뭐니 해서 마치 독극물처럼 취급당하는 시대로 변하였다.

파란 비닐우산 위로 후루룩 떨어졌던 빗물!

가끔 그 소리의 독특한 음색과 장단이 비 오는 날이면 아련한 추억으로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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