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 칼럼니스트

 
 

겨울 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가까운 산을 찾았다. 추수후의 텅빈 들판을 흰 눈으로 덮었다. 산과들이 은색으로 바뀐 모습은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게 해 야 할 터인데 자녀에게 고통을 주고 살해한 사건은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하며 최근 들어 늘어만 가는 청소년 범죄의 증가와 흉포화는 우리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이혼가정의 증가 속에 결손가족의 증가와 가정의 붕괴는 청소년 범죄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60년대 월남전선에 파견된 한 국군장교의 전사소식은 젊은 아내에게 단장(斷腸)의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들 부부는 이웃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소꼽친구로 시작해서 청소년기에는 다정한 친구로, 나이 들어서는 한 가정을 이루게 된 축복 받는 부부였다. 국군장교로 월남 전선에 파병된 남편은 시시각각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전선에서 매일 사랑하는 아내에게 편지를 띄우며 고국의 아내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전해진 남편의 전사 소식

망연자실한 아내에게 전사 후에도 편지가 전해지고 있었다. 가정은 삶의 터전이요, 사랑의 보금자리이거늘, 오늘날 늘어만 가는 이혼의 증가는 사회문제이면서 청소년 문제를 부채질하고 있다.

소월 김정식은 일제시대 살길을 찾아 간도지방으로 떠난 사랑하는 여인을 생각하며 진달래꽃을 읊었다고 하지 않는가, 젊은 시절 우리들이 애송하던 진달래꽃, 뜰 앞에 활짝 핀 진달래꽃은 그들의 사랑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하다.

방황하는 부부여!

이제 가정으로 돌아가자. 헤어지기 직전에 한 발자국씩 물러서 보고 역지사지(易地思之), 서로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이혼 후에 남겨진 자식들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무너져 가는 가정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43년 전 1월 속리산을 찾았을 때 설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시던 80대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과 서울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었을 잔디밭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식사를 하시던 노부부의 모습이 떠오르며 최근의 신혼이혼에서 황혼이혼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오늘의 가족관(家族觀)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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