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희

요즘 우리 군에서는 재활용품 수집의 날을 운영 중이다.

각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못 쓰는 것을 재활용하여 수집한 돈을 연말에 불우 이웃돕기에 쓴다고 한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가을 고추 수확을 마친 즈음에 모든 학생이 밭에 버려진 비닐을 부대 한가득 등굣길에 가져갔다. 형제가 3명인 우리 집은 엄마께서 하나는 머리에 이고 하나는 손에 들고 동생과 나는 둘이서 하나를 들고 낑낑거리며 갔던 생각에 웃음이 피시식 난다. 폐비닐뿐만 아니라 잔디씨도 깨를 섞어가다가 엄마한테 들켜 혼이 나기도 했다. 잔디씨는 손톱으로 긁어모았는데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 분유 깡통에 대고 훑었는데. 장소를 잘 찾거나 하면 동생 몫까지 챙겨 주기도 했다.

이렇게 학생들이 모은 비닐이나 잔디씨는 다시 재활용하여 우리 학교 도서관에 책을 산다고 했다. 지금처럼 책이 흔하지 않은 시절이라 각 가정에는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이 없어 우리 형제들은 방과 후나 방학 때면 으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곤 했다.

만약 지금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이런 일을 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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