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해종 위원장
얼마 전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20여년 전 ‘세계화’를 주창한 이후 우리 농촌 역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세계화란 큰 격랑을 헤쳐 왔다. 물론 세계화는 우리 농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더 길게 드리웠지만 농업의 세계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농업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거센 개방의 파고를 맞은 이후 이제는 세계 각국과 이미 체결하였거나 앞으로 체결할 예정인 FTA와 기후변화협약 등으로 다시 한 번 커다란 글로벌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제 우리 농민들은 칠레의 포도 농가와 경쟁을 해야 하고, 중국 양쯔강 인근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과 힘든 싸움을 전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의 농업이 세계화 시대에 부응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왔냐고 묻는다면 답변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고 종사인력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농업이 사양산업이라는 패배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는 지난 해 12월 서울대학교에서 한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농업이 향후 가장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농과대학을 가고, 드넓은 농장으로 나아가라고 권했다. 모든 사람이 농업을 등한시하고 도시로 몰려나올 때 농부가 되는 역발상을 강조한 것이다.
전통적인 농축수산물 생산이라는 1차 산업에 식품 제조·가공의 2차 산업, 판매·체험·관광의 3차 산업을 융합시킨 것을 6차 산업이라고 부른다. 농촌지역의 유·무형의 자원과 제조업, 서비스업을 복합적으로 결합한 6차 산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유기농은 생산에 국한되지만 슬로푸드는 이를 넘어 문화와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관광산업 활성화 등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지난 9월 열린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는 당초 관람객 유치목표였던 60여만 명을 넘어 108만 명이 엑스포장을 찾았을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도 6만 명이 다녀갔다. 대표적인 6차 산업 성공사례이다.
한식 세계화, 슬로푸드 등 글로벌 사회의 식품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쌀과자 등 우리 쌀을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변신시키고, 가격을 뛰어넘는 품종 경쟁력 제고와 규모화를 통해 차세대 수출 전략으로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