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영 섭 칼럼니스트, 서양화가

 
 

연말연시 가족 모임에서 자식들과 효도계약서를 쓰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말 대법원이 효도계약을 어긴 아들에게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재산 상속과 증여를 둘러싼 부모와 자녀의 갈등은 더 이상 드라마에서나 나오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세상에 별별 일들이 다 생기고 있다.

부모 자식 간에도 말로 한 약속은 믿지 못해 문서로 계약서를 쓴다고 한다. 한 술 더 떠서 돈을 들여가며 변호사의 공증까지 받아 둔 단다. 이렇게 되면 막가는 세상 아닌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재산을 물려준 자녀를 상대로 한 부양료 청구소송은 2004년 135건에서 2014년 262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효도계약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효도계약서는 부모가 바라는 부양 의무를 구체적으로 적은 각서이다. 이 계약서는 자녀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모가 재산을 되찾아갈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무조건적인 자식사랑으로 평생을 희생하셨다. 자녀의 학업, 취직, 결혼, 심지어는 취직까지 무리를 해서라도 당신들의 노후는 생각지도 않고 최선을 다해 전념한다. 필자도 부모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따라가기란 불가능하다고 느낀다. 요즈음 명절 때 고향에 가보면 쓸쓸하기 그지없다. 시골에는 노인분들만이 굽어진 허리에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시고 고향을 지키신다.

모두 우리의 어버이들이시다. 명절연휴 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국내 관광지로, 해외로 황금 같은 기회라며 여행을 떠난다. 또 요즈음 애완동물에게 얼마나 정을 쏟고 공을 들이는지 모른다. 노부모님들께도 그렇게 하는지 의문이 간다.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손발한번 씻겨드리지 않는 사람들이 애완동물은 하루가 멀다 하고 목욕시켜 꾸며 주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비록 떨어져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여도 출필고반필면(出必告反必面)으로라도 효를 행합시다. 여행을 가든지 가족외식을 가든지 현장에서, 집에서 자주 전화로 안부를 묻고 어디를 다녀왔습니다. 무엇을 보았습니다. 무엇을 먹어 보았습니다.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입니다.

일상의 평범함을 밝은 목소리로 전해드립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어려운 일이 아니니 행하여 봅시다. 그리고 자식들에게도 권하여 버릇을 들입시다. 우리도 머지않아 곧 노부모가 된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맙시다. 송강 정철의 시조를 읊어봅니다. 어버이 살아 실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지나간 후에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 뿐인가 하노라. 효도의 길이 그리 어려운 것만이 아닐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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