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자

그 옛날 냉장고가 없던 시절, 우리 어머님들은 뜨거운 여름이 되면 김치를 맛나게 먹는 비결을 하나씩 갖고 계셨다.

텃밭에서 기른 열무, 오이로 김치를 담그고 나서 촌스런 빨강, 분홍색의 동그란 모양의 플라스틱 김치통에 열무김치, 오이김치를 담아 넣고, 입구에 비닐을 덮고 검정 고무줄로 한번 묶은 다음, 뚜껑을 돌려막고 끈을 매달은 김치통을 우물 안 물 위에 내려놓는 것이다.

그때는 펌프도 아직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서 대다수 가정에서 집안에 둥그런 우물을 갖고 있었고, 그 우물이 울 어머니의 맛난 김치를 보관하는 냉장고가 되었다.

그 시절 어른들은 찌는 듯한 더위 속에 농사일하다가 점심때가되면 우물가에서 두레박으로 퍼 올린 물을 끼얹었다.

“어어 차다 차차 아이고 시원혀라.”하면서 구슬땀을 씻는 시원한 등목을 마치고 점심을 한다.

바로 그때, 우물 속에 있는 김치통의 줄을 당겨서 꺼내먹는 열무김치, 오이김치 맛~~~~,

생각한 해도 침이 꿀꺽 삼켜지는 정겨운 모습이다.

어쩌다 줄이 끊어지거나 실수로 줄을 놓치면 그 빨간 김치통은 뒤집힌 채 우물 위에 둥둥 뜨게 된다.

그때부터는 그 김치통을 건지려고 아버지의 사투가 벌어지곤 했다.

아버지는 긴 대나무에 갈퀴 모양의 꼬챙이를 달아 김치통을 한참 만에 끌어올리셨고, 김치통의 김치들의 뒤집힌 모양을 보고 어머니랑, 서로 쳐다보고 크게 웃곤 하였다.

우물 속 적정 온도에 자연 숙성되어 맛나게 익은 김치!

오늘날의 김치 냉장고와 비교해 보니 그야말로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한 명품 냉장고가 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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