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서양화가, 칼럼니스트

 
 

젊은이들 간에 흙수저, 금수저라는 수저계급론으로 뜨겁다. 저성장에 따른 취업난과 극심해지는 양극화가 수저계급론으로 현대판 신분제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수저계급론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다. 과거 경제성장률이 높고 호황기였을 때만해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같은 희망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금수저는 부모 잘 만나 큰 노력 없이도 잘 사는 이들을 가리키고, 죽어라 노력하여도 잘 살기는커녕 현상유지도 힘든 이를 흙수저라 한다. 금수저의 유래는 영어의 관용구 been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 즉 부유한집 태생이라는 뜻을 빗대어 활용하면서 급이 하나 더 높은 금수저가 나타난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수저의 계급 기준을 보면 금수저는 자산 20억에 연수입 2억원이상, 은수저는 자산 10억에 연수입 8천만원이상, 동수저는 자산5억원에 연수입5천5백만원이상, 흙수저는 자산5천만원에 연수입 2천5백만원정도라고 한다. 도대체 누가 이런 기준을 만들어 퍼트렸는지 모르지만 공공연하게 젊은이들 사이에 엄연한 수저계급 기준이 되어 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회현상이다. 물론 대중적 공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내가 흙수저인 까닭은 부모탓이요, 금, 은수저인 인간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현재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의 부모 내지는 선대는 처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인가? 재벌들도 구멍가게부터 시작해서 세계적인 그룹이 된?집안들이지 그 사람들이 금수저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벌이 되고 부자가 된 사람들은 다들 자기 나름대로 피눈물 흘리며 노력해서 자식과 후손들을 금수저급으로 만든 것이다.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금수저가지고 태어났는가? 페이스북 창업자가 금수저를 가지고 태어났는가?

왜 스스로 금수저를 만들 생각은 않고 부모와 남 탓만 하는 것일까? 빈부격차는 문명화된 사회라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존재해 온 게 사실이다. 부유한 사람이 있으면 가난한 사람이 있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래 지위에 있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인간세상이라는 게 다양한 신분과 계층, 조건과 현실이 공존하는 곳이다.

사회적인 격차 자체를 없애자는 말은 사회 그 자체를 없애자는 말과 같은 것이다. 가능성은 희박한데 못 가진 금수저만을 탐하고 한탄만 해서야 되겠는가. 금수저가 더 유리한 것은 맞지만 다른 수저로도 얼마든지 요리를 즐길 수 있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선 흙수저를 부서지지 않도록 불에 굽고, 나무수저에 옻칠을 하고, 스테인리스수저, 쇠수저 등 다양한 수저를 자신들의 노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매진하다 보면 은수저, 금수저 손에 쥐고 맛있는 식사를 할 날이 올 것이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