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완연한 차평1리를 걷다

봄햇살이 포근하게 내려앉은 차평1리 새터마을 전경.
봄햇살이 포근하게 내려앉은 차평1리 새터마을 전경.

마을회관에서 어르신과 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을회관에서 어르신과 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3월 오후, 봄햇살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나른하게 만든다. 벌써 들녘에는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농민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생극면 차평1리. 든든한 수레의산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마을, 차평저수지의 맑은 기운을 머금은 마을, 서북쪽으로 넓게 펼쳐진 수리뜰의 넉넉함이 펼쳐지는 마을. 차평1리를 천천히 걸으며 기자가 맛본 완연한 봄기운이 본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편집자 주--

생극-감곡간 2차선 도로 위에 세워진 차평리 표지석.
생극-감곡간 2차선 도로 위에 세워진 차평리 표지석.

■수레들을 들어가는 길이 재미있다

차평1리는 생극면 소재지에서 서북쪽으로 약 4㎞ 지점에 위치했다. 차평1리로 가는 길은 몇 개가 있다. 그 중 빠르고 쉽게 가려면 생극면 신양리에서 감곡 방향 2차선 3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생극-감곡간 2차선 도로를 따라가면, 4차선이 교차하는 굴다리를 지나며 차평보건지소 간판이 스쳐간다. 거기부터 200여미터 거리 왼쪽에 차평주유소, 오른쪽엔 정미소와 간이정류장이 있는 4거리다. 이곳은 차평2리. 왼쪽 차평주유소 끝으로 송곡.임곡리로 들어가는 도로다. 반대 방향 도로에는 수레의산 자연휴양림 간판이 서 있고, 그 옆에 차평리 표지석이 쪼그려 앉아 있다. 이 도로에 들어서면 차평1리와 차곡리, 수레의산까지 달려갈 수 있다. 표지석 안내를 받아 차평2리 ‘두들기번던’을 통과해 1km 정도를 달려가면 차평1리 ‘새터’마을에 다다른다.

차평1리로 가는 또 다른 길이 있다. 생극면 신양2리가 끝나는 곳, 오른쪽 언덕에 천주교회가 눈에 띈다. 천주교회를 오르는 소로를 출발점으로 약 3km 거리의 도로를 이용해 차평1리를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천주교회를 지나면 길은 급격히 구부러졌다 폈다를 반복하고, 폭 역시 넓었다 좁아졌다를 몇 차례 반복한다. 길가엔 조립식 판넬로 지은 소규모 공장과 집들이 서 있고, 종종 개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또 복숭아.사과 과수원을 지나서,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에선 수리뜰을 한 눈에 내려다보며 한숨 돌리는 여유도 맛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 내리막 길을 한달음에 내려와 개천을 건너면 인정넘치는 차평1리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아예, 좀 더 여유있게 시간을 갖고 차평1리로 들어갈 생각이 있는가? 그렇다면 대지공원-생리-음성동요학교-레인보우골프장-차곡리-여기소-차평저수지로 이어지는 길을 권한다. 조금 많이 돌아가는 길이지만, 나름대로 산과 들, 지역의 정취와 문화의 멋을 만끽할 수 있다.

차평1리 새터마을 가운데에 남아있는 옛날 마을 표지석 모습.
차평1리 새터마을 가운데에 남아있는 옛날 마을 표지석 모습.

■귀농.귀촌인들 신 ‘엘도라도’를 기대하며

‘수리뜰’ 혹은 ‘수레들’이라는 지명은 차평1.2리를 총칭하는 말. ‘차평’은 수레의산 밑에 있는 들이라는 뜻의 ‘수레들’의 한자명이다. 차평리는 본래 충주군 생동면에 속했다가 1906년 음성군에 편입된 후, 1914년 말마리 일부를 병합해 ‘차평리’라 명명하고 생극면에 편입됐다.

차평1리는 새터, 중말, 곡골(골말) 등 자연부락과 ‘삼산댕이’, ‘검바우’같은 고유한 이름을 가진 골짜기와 뜰이 곳곳에 숨어 있다.

‘새터’마을은 차평1리 입구마을. 차평2리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마을회관과 차평슈퍼.송어회집.방앗간이 나란히 서서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새터’마을은 유신저수지라고 불리는 차평저수지를 축조하며 새롭게 생긴 마을이라 해서 새터, 신대(新垈)라고도 부른다.

새터 동쪽엔 본말이 붙어 있고, 본말에서 차평저수지로 오르며 중말, 차평저수지 위쪽 골짜기엔 골말이라는 자연부락이 있다. 중말과 골말은 마을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든 형편. 그러나 요즘 점차 늘어나고 있는 귀농.귀촌인들이 들어와 새로 터를 잡고 살기에 좋은 곳이 여기가 아닐까 기자는 발상을 전환해본다.

검바우에 밭에 있는 고인돌 모습.
검바우에 밭에 있는 고인돌 모습.

■세월의 무관심속에 묻힌 고인돌! ‘궁금하네~’

차평1리 새터마을 서쪽, 말림 산자락 끝으로 기세가 왕성한 느티나무가 100년도 훨씬 세월을 버티고 서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검바우’라는 지명이 있다. 검바우엔 선사시대 때 고인돌로 사용했다는 바위들이 흩어져 있다. ‘검바우’란 지명 역시 ‘검은 바위’ 또는 ‘고인 바위’라는 말에서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고인돌은 총 6기. 그 가운데 1기만이 커다랗게 검은색 바위로 제 모습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나머지 4기는 밭두렁으로 흙더미에 묻혀 있으며, 1기는 거름더미에 덮여 있다. 현장을 둘러보며 오삼선 이장은 ‘관련 자료를 모으고 느티나무 주변을 정비해서 고인돌을 발굴.재현.보존하는 사업을 음성군에 신청’할 뜻을 밝혔다.

새터마을엔 차평저수지에서 흘러나온 수로가 잘 정비돼 마을을 관통한다. 이 수로는 짚풀전통공예체험장이 있는 차평1리 마을회관 앞에서 방축리 방면과 차평2리 방면 들녘을 적시기 위해 갈라진다.

현재 새터마을 방앗간 지점엔 옛날에 유신농협이 있었단다. 유신농협은 현 생극농협보다 먼저 생겼다고. 차평1리가 운영하는 짚풀전통공예체험장에는 고 김동일, 장우상 씨를 비롯해 주민들이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주민 가운데 최낙순 씨는 효부로 널리 알려졌고, 마을 출신 김균제, 김관제 씨는 농협조합장을, 김경호, 김동철 씨가 면장을 지냈다. 현 이장 오삼선 씨는 현재 생극면이장협의회장(3년)과 음성군이장협의회장을 맡아서 지역발전을 위해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또 오삼선 이장이 살고 있는 집 안채는 100년이 넘은 고가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생극 신양리에 사는 S씨는 “자기 시댁과 오 이장 집 등 몇 채가 생극에선 제법 규모가 큰 집이었다”고 지난날을 회고한다.

 

수레들은 남한강 샛강으로 백야저수지에서 달려온 응천이 서쪽 칠장선 자락부터 세를 불린 청미천과 만나 어우러지는 곳을 건너다보고 있다. 마을 구석을 비추던 봄햇살이 황혼에 쫓기듯 빠져나온다. 취재를 마치고 마을을 나오는 기자 뇌리에 문득,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떠올랐다.

경로당 겸 짚풀공예전시체험관에 봄햇살이 따스하게 쬐고 있다.
경로당 겸 짚풀공예전시체험관에 봄햇살이 따스하게 쬐고 있다.

미니인터뷰

오삼선 이장.
오삼선 이장.

■오삼선 이장(64세)

“차평1리는 75가구, 140여명 인구가 살고 있다”면서 “매년 4월 경 효도관광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웃과 화목하고 주민 단합이 잘 이뤄지며, 경로효친의 전통을 간직한 마을”이라고 소개하는 오삼선 이장.(64세) 20여 년 전에 6년간 이장을 맡았던 오삼선 이장은 올해까지 5년 동안 다시 이장으로 마을 일을 보고 있다.

오 이장은 부인 박숙자 씨 사이에 1남1녀 자녀를 두고 있다. 자녀들은 모두 금왕읍에 거주하고 있어 자주 왕래하고 있다고.

 

최임식 노인회장.
최임식 노인회장.

■최임식 노인회장

1940년생인 최임식 노인회장(88세)은 일제시대와 6.25동란을 비롯해 평생을 차평1리에서 살고 있다. 최임식 노인회장은 “차평1리를 포함한 차평2리, 방축리.인곡리.송곡리 일대를 예전엔 ‘유신골’이라 불렀다”고 설명하며, “차평저수지, 즉 유신저수지 둑에는 ‘소하 5년’이라고 저수지를 완공한 기록이 있다. 즉 일제시대 때 막았다”고 전한다.

최 노인회장 가족은 부인 백옥희 씨 사이에 2남4녀, 6남매 자녀를 두고 있다.

 

차평1리 마을 수로 조절시설과 도로 반사경이 나란히 서 있다.
차평1리 마을 수로 조절시설과 도로 반사경이 나란히 서 있다.

차평 저수지 모습.
차평 저수지 모습.

짚풀공예전시장에 전시된 작품들 모습.
짚풀공예전시장에 전시된 작품들 모습.

짚풀공예전시장에 전시된 작품 모습.
짚풀공예전시장에 전시된 작품 모습.

지난 2005년 전국 농촌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을 기념해 마을 주민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2005년 전국 농촌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을 기념해 마을 주민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차평1리.2리 공용회관과 차평슈퍼.송어회집,방앗간 모습.
차평1리.2리 공용회관과 차평슈퍼.송어회집,방앗간 모습.

차평1리 검바우 밭두렁에 묻혀있는 고인돌 모습.
차평1리 검바우 밭두렁에 묻혀있는 고인돌 모습.

차평1리 경로당 옆 주차장 가에 기둥 흔적이 남아 있다.
차평1리 경로당 옆 주차장 가에 기둥 흔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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