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수필가, 소이우체국 근무

 
 

지난해 대학생들이 뽑은 올해의 신조어는 “금수저”란 단어라고 한다. 영어표현인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에서 유래한 것이며 유럽귀족층에서 은식기를 사용하고 태어나자마자 유모가 젖을 은수저로 먹이던 풍습을 빗댄 말이다. 부유한 부모 아래에서 자라 경쟁사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사람이나 계층을 풍자하는 말이다.

부모의 재산정도에 따라 4단계로 나누어진다.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로 분류가 된다고 한다. 인도의 계급제도처럼 우리의 현대판 신계급사회인 것만 같아 씁쓸하다. 더구나 아들에게 물려줄 것이 없는 나로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유명연예인의 딸이 무명시절을 거치지 않고 단번에 주연을 맡은데 대해 말이 많았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온라인상에서는 배경을 앞세웠다. 연기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금수저 논란으로 한동안 떠들썩했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은 어디로 가고 아버지 뒤에 숨어 대중의 몰매를 맞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데도 세차게 거부하고 싶은건 왜일까. 한편으론 우리 아들 나이로 여리어 보이는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부모인 입장에서 보니 상처라도 받고 힘들어하지 않을까하여 불쌍하기도 하다.

나는 전에도 금수저란 말을 들어 보았지만 별 관심이 없었던 수저계급론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부모의 배경에 따라 장래가 결정되는,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하는 이 사회구조에 분노가 일었다. 통계청의 2015년 사회조사 결과에도 나타나 있다. 평생 노력을 한다면 본인 세대에서 개인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1.8%에 불과했다.

취업포탈 인크르트에서 설문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은 금수저가 취업도 잘된다고 본다는 응답이 84.3%로 많았다. 가히 압도적이다. 개그콘서트에서 패러디한 것처럼 흙수저는 노력이 아닌 노오오오오오력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이즈음 아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더 쉽게 가도 될 길을 우리가 금수저가 아니어서 힘들게 돌아가게 만든 것 같아서 먹먹해 온다.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들아 너는 금수저가 아니어서 미안하구나.”고맙게도 긍정적인 답이 왔다.

“저에게 수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에요.” 이 한마디에 엄마로서 위안이 되기보다는 앞으로 아들이 살아남을 길이 험난하다는 걸 예고하는 것 같아 더 가슴이 아프다.

여기가 인도도 아니오. 북한도 아니질 않는가. 제발 능력으로 평가받는 나라. 내 아들이 아니 우리의 자식들이 상처받지 않게 비록 흙수저인 사람일지라도 노력하는 사람에게 밝은 미래가 펼쳐질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간절하게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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