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

 

 
 

얼마 전 경제지를 보며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가 있었다. 영국에서 법인세를 2020년까지 현행 20%에서 17%로 인하한다는 소식이다. 2010년 28%였던 것에 비하면 10년 동안 무려 약 31%를 줄이려는 것이다. 법인세를 줄임으로써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증가시키겠다는 논리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의 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로 몰아붙이고, 심지어 여당의 원내대표 마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비판하는 우리 정치권과 대비되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의 최고세율은 22%이다. 이는 2014년 OECD명목법인세율 평균이 23.4%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이다. 특히 소득의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에게 복지를 위해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논리는 일견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만이 과연 세수를 확보하는 방법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법인세의 인상과 인하 두 경우를 가정하여 보자. 원칙적으로 개인이나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다. 법인세 인상은 기업에 있어서 수익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법인세 인하는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준다. 사업을 위해 직원을 채용하게 될 것이다. 종업원들은 월급을 받고, 소비를 하게 된다. 기업주변에는 식당이 생기고, 술집이 들어선다. 이들 직원과 식당주 등은 수입에 따른 세금을 납부하게 될 것이다. 결국 개별 기업의 법인세는 줄지만, 소득세 등 또 다른 세금이 증가함으로써 전체 세수는 늘어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넘쳐났다. 대기업들은 국내에 투자하기 보다는 해외투자를 앞 다투었다. 물론 해외투자의 가장 큰 원인은 현지 판매전략이겠지만, 과도한 노조의 요구와 반기업 정서가 한 몫을 하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볼일이다. 이들 대기업의 해외 투자분 일부라도 국내에 투자되었다면 얼마나 많은 직원이 채용되었을 것이며, 하청업체와 주변 식당 등이 혜택을 받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바로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인하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에너지원으로 발전하여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직원을 고용하고 양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들에게 법이 아닌 윤리적 책임의 강요는 한 마디로 헛소리에 불과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임은 대기업이 아닌 국가에 있다.

총선이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은 총선공약이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들려오는 것들을 보면 또다시 허무맹랑한 포플리즘 정책들이 넘쳐날 조짐을 보인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투표에 의의를 둘 때는 지났다. 냉정한 이성의 눈이 필요할 때이다. 투표는 자신의 선구안과 지적 지혜를 시험하는 또 다른 장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명한 투표만이 자신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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