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순 수필가

 

 
 

사람이 몸의 한계를 느낄 때 힘든 내색을 보이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항상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 것이며 매일이 즐겁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이번에 읽은 책은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여 짧은 이야기임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초등학교 6학년 국어교과서 수록이라는 표지를 보며 같은 또래인 우리 막내가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170쪽 정도 분량이어서 고학년 독서수준이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읽는 내내 한 숨만 쉬느라 제대로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작가는 아주 특별한 아이를 소개했다. 선천성 무 형성 장애로 태어나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 어려움을 극복하며 사는 성장이야기이다. 친부모도 자식을 버리고 목숨을 빼앗는 세상에 짧은 다리를 가진 아들을 등에 없고 아들의 꿈을 위해 초인적인 힘을 보여주는 엄마의 희생이 놀라울 만 했다.

물속에 있을 때 행복하고 자유롭다는 아이. 그래서 꼭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가 있는 아이. 어렵고 힘들어도 가족이 힘을 모아 극복하면 이룰 수 있다는 강한 의지가 책을 읽는 내내 부담으로 느껴져 불편했다.

의족을 차고 계단을 뛰어 오를 수 있게 되기까지의 힘든 생활을 생각하면 마음은 먹먹했다. 동네 형들이 의족을 빼앗아 로봇다리라며 돌로 망가뜨려도 화내지 못했던 엄마의 행동은 속상하다 못해 화가 났다.

이혼까지 하면서 세진을 선택한 엄마는 아파도 표현을 하지 않는다. 누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가족의 생활비에 보탬을 준다. 하루를 힘들게 살아도 가족이 밝게 웃는 모습에서는 절망을 찾아볼 수 없다. 고생하는 가족에게 미안해서 흔들리는 마음 다잡아가며 노력하는 세진이의 모습에 사회의 불균형과 보편적 복지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이 왜 교과서에 실렸을까. 학생들에게 어떤 어려움과 힘겨움도 참고 이겨내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심어주고자 했는가. 만약에 자신이 주인공이라면 같은 상황에서 위기상황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 생각해보라 하려 했는지 의도가 궁금했다. 자녀의 성장을 도와주고 부모 역할을 해주는 사회제도가 있다면 이 가족의 짐을 줄여줄 수 있는데 곤경의 연장이 아쉽기만 하다.

우리 사회는 아픔을 같이 공감하는 것보다 아픔을 나누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상황에서도 도와주는 시민의 모습이 없었고 국내와 국외 수영대회를 준비하고 참가하는 고된 일정도 오로지 개인의 몫이었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 대한 배려를 찾아 볼 수 없다. 어려운 일은 반복해서 많이 겪는 다 해도 쉽지 않고 세상의 벽은 높기만 하다. 한 가족의 삶을 사람들이 알게 되고 안타까움 섞인 응원을 보내는 것만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답답했던 것은 내 입장이었더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무심한 주변사람들과 사회의 무책임에도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야 할 현실이기 때문이다. 절망은 전망이 보이지 않을 때를 말한다. 세진이의 꿈은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마음까지 로봇이 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 걱정이지만 꿈을 위해 물속에서 행복한 주인공을 응원한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