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수

“엄마, 오늘 뭐 먹을까?”

옆에 있는 엄마에게 질문을 한다면 물어보나 마다 “국수”다.

하얗고 가느다란 면에 뜨끈하게 우려낸 멸치육수를 함께 담아낸 그 국수가 무에 그리 좋은 걸까? 후루룩 먹는 느낌이 좋다면 국수보다 얼큰한 라면도 있고, 씹는 식감으로 따지자면 노릿노릿 구워먹는 생선구이나 익는 냄새부터 남다른 고기구이도 있는데 말이다.

왜 국수일까?

지금처럼 먹고 싶은 대로 골라먹을 수 없었던 시절에 할머니는 넉넉지 않은 살림으로 육남매를 키우느라 꽁보리밥에 김치만 들어 있는 김치찌개 한 솥 끊여주기도 바빴다. 지금처럼 빵이나 과자와 같이 아이들 입맛을 사로잡을만한 간식도 줄 수 없었던 그 시절, 할머니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 식으로 종종 국수를 해주는 것으로 마음껏 음식을 줄 수 없었던 미안함을 달래셨던 것이다.

그 구수한 멸치육수를 국물 속에서 젓가락을 따라 하늘하늘 움직이는 면은 꺼슬꺼슬한 보리 알갱이가 굴러다니던 입안에 사르르 들어와 부드럽게 혀를 간지럽혔고 이 묘한 감촉은 아이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아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금도 엄마에게 대한 향수로, 아낌없이 받았던 사랑으로 남게 되었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지금. 나중에 생긴 나의 아이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아이는 무엇이라고 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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