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공공기관·민간사업체 직원 7844명과 성희롱 관련 업무 담당자 1615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직장에서 한 번이라도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6.4%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성희롱 피해 경험자 중 여성의 비율(9.6%)이 남성(1.8%)의 5배로 높게 나왔다. 또한 비정규직(8.4%)의 경험 비율은 일반 직원(6.9%)보다 2%포인트 이상 높게나왔다. 이는 성별 및 고용 상태에 따라 성희롱의 피해 경험에도 분명한 차이가 나타 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희롱을 경험하고도 ‘참고 그냥 넘어간다’고 응답한 피해자가 10명 중 8명가량(78.4%) 됐다. 왜일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알린 후 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보복이나 불이익이 두려워 참고 견디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주변에서 피해자 자신을 오히려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뜻 문제제기를 하지못한다고 하였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회사에 요구하였지만 처리 결과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나타나 피해자 5명 중 한 명(20.9%)은 오히려 회사를 그만 두어야 했다는 응답 결과가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필자도 현재 여성가족부 위촉 성희롱.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면서 학교 ,군부대, 공공유관기관 등을 중심으로 강의를 나가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기관들이 1년에 한 두번 1시간, 어떤 경우는 30~40분 이내 그 시간마저도 아깝고 내기 어렵다며 마지못해 이뤄지고 있는 무늬뿐인 성희롱예방교육에 대해 과연 무엇을 기대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많은 생각과 고민을 동시에 하게 된다.

성희롱예방교육을 위해 여성가족부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 강사를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법률적으로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위반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위반 시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벌칙 조항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성희롱을 대수롭지 않은 귀찮은 일 정도로 여기고 묵인 방관하는 조직의 문화를 바꾸는 일이 최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직장내 성희롱은 과연 피해자만의 문제일까?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하게 되는 것 자체도 억울하고 속상한 일인데, 이를 회사에 알리고 신고했다는 이유로 업무나 고용상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며 주변 사람들이 피해자를 오히려 원인제공자로 몰아가는 잘못된 인식이 사라져야만 한다.

직장내 성희롱의 경우 피해자가 어렵게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마음에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문화가 여전히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용인하고 은폐하고 침묵하고 있다면 결국은 또 다른 피해자들이 계속 발생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더 나아가 조직의 안전을 무너뜨리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기관장이나 사업주는 성희롱 없는 안전한 조직 환경을 만들어야만 하는 책무가 그 누구보다도 가장 크다는 것을 잊지 말고 성희롱예방을 위한 교육에 가장 먼저 솔선수범하며 문제 발생시에는 2차 피해자 발생되지 않도록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호조치와 행위자에 대한 공정한 징계조치가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평소 늘 조직의 건강성과 안전성을 진단하고 내부시스템 강화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이다.

성희롱 성폭력 예방의 실천 핵심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이다. 상대가 누구든간에 그 상대에 대한 존중은 존경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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