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외손녀가 외가에 놀러 왔다. 벽에 걸려 있는 외할아버지의 석사학위 수여식에서 어린 저희 엄마와 외할머니랑 외삼촌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외할아버지도 박사냐고 묻는다. 저희 엄마가 박사학위를 받았으니 박사로 생각한 모양 이다.

  3년 전 2월 23일은 출가한 딸이 의학박사 학위를 받는 날이었다. 학위수여식에 참석 하고보니 78년도의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식들을 위해서 밤을 낮 삼아 살아오신 세월, 37세나 된 아들이 뒤 늦게 대학원을 나와 석사학위를 받는데, 5세, 3세의 손녀, 손자를 데리고 며느리와 함께 식장에 참석하시어 기뻐하시던 모습이 어제 같은 데 강산이 세 번 바뀔 세월이 흘러 10세, 5세의 자매를 둔 딸이 가정을 꾸려가고, 자매를 보살피며 진료에도 바뿐 중에 학위 논문을 써서 오늘의 기쁜 시간을 갖게 되니 33년 전, 초임교사시절에 그동안 저축한 돈과 부모님의 도움으로 새 집을 마련해 신혼생활을 시작했고, 자녀들에게 좀더 보살핌을 주겠다고 아내가 교직을 사직한 후여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고, 학교에서는 야간자습 지도까지 하며 시간적 여유가 없고, 학교의 눈치까지 보며 대학원 시절을 보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명심보감에 양자방지부모은(養子方知父母恩)이라고, “자식을 길러 보아야만 부모님의 은혜를 알 수 있다”고 했다. 5세 때 3세인 남동생과 외할머님을 여의시고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하시며 살아오신 어머님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제 남매를 키웠고 외손녀의 재롱을 보며 생활하다 보니 부모님이 더욱 그리워진다. 남매를 키우면서도 어렵다고 했는데, 자수성가 하시며 7남매를 키우셨으니 그 어렵고 힘드심이 어떠하셨을까 짐작이 간다.

  경행록(景行錄)에 이르기를, 이애처자지심 사친즉곡진기효(以愛妻子之心 事親則曲盡其孝),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모를 섬기면 효자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둘째이다 보니 살림을 나서 직장에서 가정을 오가며 아내와 자식에만 관심을 갖고 부모님께는 생각하는 마음뿐, 자주 찾아뵙지 못하며 보낸 세월,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가 되었다.

  명심보감에 “우리의 몸은 부모에게 받은 것이니, 다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孝之始也)이며, 출세하여 후세에 이름을 날려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의 끝(立身行道 楊名於後世 以顯父母孝之終也)”이라 했고, 예기(禮記)의 효유삼(孝有三)에 기차불욕(其次弗辱)이라고, “부모를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 효”라고했다. 늦기는 했지만 부모님께서 주신 몸을 건강하게 지키며 바른 모습으로 생활하고 가문을 빛내지는 못 할망정 조상과 부모님을 욕되게 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자녀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으로 생활해야겠다는 마음 가짐을 하며 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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