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우리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평소 가깝게 있었던 사람들이지만 그 고마움과 소중함을 잘 표현해보지 못했다면 이런 기회에 마음을 전해보았으면 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나 역시 마음이 분주했었다. 서울에 사는 동생네 조카들이 내려왔으니 이모 노릇을 좀 해야 했고 어버이날에는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부모님을 챙겨야 했다.

일상에 쫓겨 일에만 매달려 살다보니 정작 가장 가까운 내 가족에게는 소홀함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모처럼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조카 둘과 우리 아이들까지 함께 만나 야외로 나가보니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아이들은 재잘 재잘 웃음이 넘친다. 다들 사는 게 바빠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부모님을 뵈러 멀리서 자식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모처럼 사람 사는 소리가 난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날이 더 외로운 아이들도 있다. 부모와 함께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부모가 있다 해도 제대로 관심과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부모의 이혼, 사업실패, 가정해체 등으로 인해 가정생활이 어려운 경우 농촌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맡겨지는 아이들도 있다.

이렇게 맡겨진 아이들은 그리운 엄마 아빠 얼굴을 일 년에 한두 번은 볼 수 있을까. 더욱 마음이 아픈 경우는 부모와 함께 살고는 있지만 오히려 가장 안전해야할 가정 안에서 학대받고 방임되는 아이들이다.

오월 가정의 달을 맞아 여기저기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오는데 왜 나는 자꾸만 어디선가 오늘도 가족을 그리워하며 쓸쓸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사람들이 생각나는 것일까? 사는 게 힘들수록 조손가정이 늘어나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현상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맡겨진 아이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커 기다리다 지친 어린 가슴은 끝내 원망과 미움으로 변해가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의 소원은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것이다. 손자 손녀들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키워야하는 노부모의 생활은 어떠한가? 사업에 실패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자식들이 손자와 손녀들의 양육비를 보내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힘겹게 살아가는 조부모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떠 안겨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명목적으로는 조손가정이 저소득일 경우에는 생계비와 교육비를 지원하고 의료비도 공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최근 언론에 보도된 사건처럼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하더라도 경제적 어려움이나 부모의 잘못된 양육방식으로 인해 오히려 가정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가정의 위기는 결국 우리 사회의 위기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 정부에서는 안전한 사회 구현을 외치고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진 이들에 대한 관심도 잊지 않아야한다. 그리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가정의 안전과 행복은 우리 사회가 다 함께 관심가지고 지원해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과 지지체계가 국가차원에서 더욱 견고하게 마련되어야할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이 누군가에는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는 유난히 더 길고 슬픈 하루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외받고 외로운 사람 없이 우리 모두의 가슴이 봄 햇살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그런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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