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섭 해오름학원 원장 , 수필가

 

 
 

중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나면 열에 서너 명 정도의 중3들은 고개를 숙이고 풀죽은 얼굴로 학교를 오간다. 중학교 3년간의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해야 하는데, 성적이 좋지 못해서 관내 인문계 고등학교에는 떨어질까 봐 입학원서를 낼 수 없다는 담임선생님의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3년 동안 공부한 게 고작 이거냐고 부모님의 호통과 핀잔을 들어야 하고, 학교에서는 인문계 진학이 가능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서 인문계가 아니면 주변인 신세가 되고 만다. 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자책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마음속으로부터 일렁이기 시작하면 벌써부터 인생의 낙오자가 된 느낌일 것이다.

전망이 밝다는 전문계고나 특성화 고에 뜻을 두고 일찍부터 착실히 준비하여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계고는 이렇게 인문계의 성적 컷 라인을 밑도는 학생들로 채워진다. 게다가 음성지역에는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가져야 진학할 수 있는 충북반도체고(마이스터고) 말고는 이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는 전문계고가 없어서 충주, 증평 등 타 지역의 전문계고로 지원을 하게 된다.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달갑지 않은 선택을 하고 낯선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음성군청과 음성장학회에서는 ‘명문대 입학생 장학금 및 학교, 교사 인센티브 지원’을 비롯한 여러 장학 사업을 여러해 전부터 시행해 왔다. 그리고 그 사업효과는 매우 성공적이고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들이 으레 청주나 충주의 인문계 고를 가는 것으로 알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상위권 성적의 학생들은 이제 대부분 음성지역의 인문계고로 진학을 하고 있고, 수도권 대학에도 많이 입학하는 결과도 내고 있다. 중3들의 타 지역 유출을 막아낸 것이다.

그러나 성적 하위권 학생들을 타 지역으로 여전히 많이 내보내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존재한다. 더구나 그들은 성적의 잣대로만 구분되어져서 아무런 준비 없이 타 지역의 전문계고로 떠나는 것이다. 그들도 소중한 음성의 아이들이 아닌가?

공부와 성적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시험으로 성취도를 측정하고 상급학교에 진학시키는 시스템이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해 두자. 공부하기를 싫어하니 낮은 성적을 받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라고 해두자. 그렇다고 해서 하위권 성적의 학생들이 다른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 학생들과 한 시간만 대화를 해보면 그 재기발랄함과 다양한 꿈에 놀랄 것이다. 그들의 능력을 발견하고 북돋고 키워주는 교육을 우리가 해준 적이 있는지 돌이켜 보자.

매년 적어도 중3의 15%나 되는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밀려나간다. 이들을 위한 작은 특성화고를 음성에 설립하는 상상을 해본다. 학생 수가 줄어서 폐교에 이른 분교시설을 이용하면 부지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전국의 우수한 특성화고를 돌아보고 음성만의 차별화된 교육 방침과 교육 프로그램 만든다. 헌신적인 젊은 교사들을 모은다. 아이들의 꿈을 실현할 훌륭한 특성화고로 자리 잡아 다른 지역의 학생들도 음성의 특성화고를 오고 싶어 한다. 아,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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