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인생을 살아가면서 타인의 자리에 서보게 되면, 자신의 처지에 대해 더 자세하게 눈을 뜨게 된다.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다가 타인의 입장으로 마음을 잡게 되면, 자신의 욕망에 대해 너무 고집스럽게 집착한 것이 아닌지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

이런 관계로 옛어른들은 ‘역지사지’의 마음이 타인을 이해하는 길임을 제시해 놓았는지도 모른다.

남의 입장에서 나를 보는 것이 대화이며 원활한 소통의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 6월 3일 음성군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등반대회가 개최됐다.

음성군내 시각장애인들 뿐 아니라 인근 시군 시각장애인들도 함께 참여한 자리였다.

충북시각장애인연합회 음성군지부에서 주최하고 음성사랑나눔공동체에서 주관한 가운데 음성군,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 음성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음성라이온스클럽, 음성군 학교밖청소년 지원센터 등이 협력단체로 참여했다

음성군내 학교밖청소년들도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올해 들어 3년째 참여하고 있다.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고 음성군 학교박 청소년 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이다.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사회적 환경과 지지층의 붕괴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해,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는 청소년들이 많다.

어쩌면 학교밖 청소년들은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싶고, 지지받고 싶은 욕구가 많은 청소년들이다.

이들 청소년들이 신체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한 시각장애인들과 손에 손을 맞잡고 봉학골 산림욕장을 걷는다.

시각장애인들을 숲속의 길로 인도하면서 다양한 얘기를 주고 받는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일상적인 말이지만, 시각장애 어르신들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은 대부분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내용들이 많다고 한다.

음성군내 중도에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은 1백여 명 정도에 이른다.

한해 충북도내에서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들이 1천5백여 명에 이르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7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 청소년들은 자신의 앞길을 개척하기 위해 검정고시에 매달리거나, 취업을 선택해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는 청소년들도 많은 편이다.

그런 가운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등반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뿌듯해 한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도와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체득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된다.

이들 학교밖 청소년들이 시각장애인 등반대회에 다녀온 소감을 이렇게 피력한다.

“오늘 하루 배운 것이 많은 것 같다. 불편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부모님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느꼈다. 보람차고 좋은 하루였다.” “불편한 사람을 도우면서 보람을 느꼈다.” “뜻깊은 경험을 한 것 같아서 좋았다”는 등의 내용이다.

지난해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돼 시행에 들어갔다.

인성교육을 이론적인 교육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인성교육에 가장 좋은 것은 본보기이다.

어른이 어른답게, 부모가 부모답게 생활을 하게 되면, 우리 청소년들은 그곳의 생활문화 풍속을 익히게 된다.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타인이나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비록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청소년들이지만, 시각장애인들과 더불어 숲속의 산행을 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조율과 타인에 대한 조율, 자연을 접하면서 공익에 대한 조율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게 된다.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등반을 하면서 인생에 대한 경외감을 체득하는 것은 물론 참봉사의 의미, 자존감을 향상시켜 갈 수 있는 또다른 배움의 장이라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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