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영 前 청주고 교장 칼럼니스트

 
 
예로부터 우리는 충·효(忠·孝)를 중히 여기며 동방의 예의바른 나라로 칭송 받아 왔지만 가족제도가 핵가족 제도로 변하고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 젊은이는 도시로 떠나고 농촌에는 노년층 인구의 비중이 높아져 마을마다 아이들의 뛰어 노는 모습을 찾기 힘들고 농촌의 학교는 폐교가 되거나 분교로 바뀌는 실정에 있다.

독거노인의 수가 증가하며 관광지에 나이 드신 부모를 버리는 현대판 고려장이 자행되고 있는가 하면 자식에게 부모가 살해되고 자식의 폭행에 눈물로 노년을 보내는 부모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하며, 오래 전에 TV에 방영된 “인간극장”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77세의 노년의 아들이 96세의 어머니를 모시고 소변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시는 어머니의 옷가지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손빨래를 하며 재래식 가옥에서 어머니 계시는 방은 보일러를, 아들이 자는 방은 재래식으로 나무를 때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머니께서 혼자 주무시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따로 방을 쓰며 어머니 방에는 TV를 설치해드리고, 자신의 방에서는 라디오를 듣는 아들의 효심, 염소를 키우며 바쁜 농촌 생활에서도 경운기에 짚을 깔고 어머니를 모시고 들바람 쏘여드리며 마을을 한바퀴 돌며 재래식 부엌에서 물을 데워 어머니를 목욕시켜 드리면서도 어머니 앞에서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 나이 많은 아들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 가르침을 준다.

한편으로는 아내도 없이 어렵게 살아가는 살림에 ‘세탁기가 있고 욕조가 있다면 현대판 효자가 저렇게 어렵게 생활하지는 않을 텐데’하는 아쉬운 생각도 든다.

복지사회를 운위(云謂)하며 문화적 생활을 논의하는 오늘,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어렵게 살아가면서도 사람의 도리를 다하고 사는 사람의 정(情)을 느끼게 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한 가닥의 희망을 발견하게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경로사상은 온데간데없고 나이가 들게 되면 내몰고 젊음을 앞세우며 설쳐대는 모습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한번쯤 반성하며 나이 드신 분들의 경륜과 젊고 의욕 있는 젊은이들의 힘이 조화를 이룬 가운데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질서 속에 희망찬 내일의 모습을 이 땅에서 보고 싶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