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강남역 사건 이후 발생한 신안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수락산·사패산 여성 살해 사건 등은 우리나라 여성인권이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너무나도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체감상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감은 아마도 남성보다는 여성의 입장에서 더욱 클 수 밖에 없는데 범죄심리전문가로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여성범죄 발생과 증가 추세에 대해 “대한민국 사회가 여성과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고 있다”며 “강남역 사건과 부산에서 발생한 여성 대상 묻지마 폭행 등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3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서 강력범죄(살인, 강도,강간 등)피해자 10명 중 8명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체적, 경제적,사회적으로 취약한 대상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쉬우며 바로 여성이 그 대상이라는 점이다.

여성폭력은 가정과 직장, 지역사회내에서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국가에 의해 방조,묵인될 경우 그 고리를 끊을 수가 없다. 정부는 범죄로부터 취약한 여성, 아동 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적극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용 화장실을 남녀 화장실로 분리하고 우범지역 환경 개선 등 범죄예방을 위한 사회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하였다.

여성폭력문제는 관점이 중요하다. 여성폭력을 개인의 문제나 결함에 의한 피해로 인식하면 해결책 역시 개인적인 차원에 그친다.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하여 발생한 일이라고 본다면 가해자보다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다.

여자가 순종적이질 못하고 드세니 남편한테 맞고 사는 거지. 여자가 술 먹고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니 성폭력을 당했겠지 ... 우리 사회 여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만성화된 여성폭력은 CCTV설치와 화장실 분리, 순찰강화 등 경찰청의 치안대책 노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반면 여성폭력의 피해가 사회 구조적 맥락에서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사건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피해자인 여성은 “폭력피해생존자”가 되고, 그 해결책은 사회적, 구조적, 정치적 차원에서 문화와 인식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논의될 수 있다. 이제 여성 폭력의 사회 구조적 맥락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위의 맥락들은 결코 개별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심리적 차원이 얽혀서 여러 사회적 관습과 규범이 상호작용하여 여성에게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가해지게 되는 것이다.

여성폭력은 여전히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통계로 드러난 수치는 최소치일뿐이다.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성적, 심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폭력이 발생한다. 강간, 성희롱 등의 물리적 폭력만이 폭력이 아니다. 성적 위협이나 음란 전화와 같은 행위도 폭력이 될 수 있으며 과도한 다이어트, 성형수술이 강요되는 사회 분위기도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이러한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한 시선과 입장의 차이에 따라 누군가는 한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며 누군가는 여성의 생존권, 건강권, 인격권 등 인권침해의 문제로 인식할 것이다. 최근 발생한 끔찍한 사건들로 인해 여성 폭력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여성 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변화가 가장 시급하다. 더 이상 여성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나는 어떤 입장에서 여성폭력 문제를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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