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교수(강동대학교 사회복지행정과)

 

 
 

도대체 보수는 무엇이고, 진보는 무엇을 말하는가? 지금은 제1당의 정치인이 되신 어느 분은 ‘자신은 보수주의자이며, 보수주의자는 정의(正義)로와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정치인은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말하며, 자신을 ‘보수주의 정치인’임을 강조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수를 정의하기를 ‘오로지 지키는 것’, 다시 말하면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을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 분들의 보수주의에 대한 정의는 일반적인 상식에 반한다. 오히려 보수와 진보 혹은 우파와 좌파의 개념적 혼돈을 가져야기 할 수 있는 말 들이다.

정의는 과연 보수주의자만의 전유물인가? 진보주의자들에게 정의는 무가치(無價値)한 개념인가? 대한민국 헌법은 보수주의적 가치만을 담고 있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진보주의자들에게 헌법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사회의 개혁은 오로지 진보주의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것인지? 보수주의자들이 말하는 개혁은 교묘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보수(保守)를 보다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이 용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1879년 프랑스에서는 ‘대혁명’이 발생하였고, 절대왕정의 붕괴와 공화정(共和政)이 출범한다. 이 역사적 사건은 당시 유럽 지식인에 커다란 충격과 이상향적 가치를 제시하였다. 영국의 지식인 사회 역시 다를 것이 없었다. 이때, 에드먼드 버크라는 영국의 지식인은 ‘과연 프랑스혁명은 옳고, 영국과 같은 입헌적 정치개혁은 잘못된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프랑스를 여행하였다. 그 결과로 나온 책이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이다. 그는 이 책에서 프랑스혁명은 향후 절대왕정 시절 보다 더 참혹한 혼란을 겪을 것임을 예언하고, 영국의 왕정과의 타협을 통한 점진적 개혁이 보다 올바른 길임을 주장하였다. 실제로 이후 프랑스는 단두대로 대표되는 무자비한 공포정치가 한동안 지속되었다.

결국 영국에 있어서 왕정을 지지하였던 정치세력은 보수 혹은 우파로 불리었고, 그 반대세력은 진보 혹은 좌파로서 정치적 자리 메김을 하게 되었다. 이들 우파와 좌파의 구분은 기존 정치·경제 그리고 사회의 결과물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파는 기존 체제를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좌파는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생각한다.

이에 따라 우파는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반면, 좌파는 급진적이고 보다 과격한 변화를 요구한다. ‘보수는 개혁을 원하고, 진보는 혁명을 원한다’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후일담이지만 1989년 프랑스대혁명 200주년 기념식에 서유럽 주요국의 정치지도자들과 달리 영국 보수당 총리였던 대처수상은 불참함으로써 보수적 가치를 대변하고자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혹은 우파와 좌파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그 출발은 우리 체제가 가진 기본 가치가 무엇인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작은 정부, 민영화, 감세, 기업, 선별적 복지, 한미동맹, 이승만, 박정희’ 등의 단어에 긍정적 이미지를 더 많이 떠올린다면 그는 분명 보수주의자일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우리 대한민국의 업적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안보 위에 개인의 창의와 열정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체제인 자본주의 하에서 발전하여왔다.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은 일련의 과(過)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 번영의 기틀을 마련한 분들이다. 이런 면에서 제대로 된 보수적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정치 주체 하나 없는 것이 오늘날 보수가 처지가 처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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