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 폭력상담소장

 
 

최근 들어 상담소에는 가정폭력 관련 상담뿐만 아니라 청소년 상담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성인들이 상담에 참여할 때는 대부분 자발적이거나 스스로 자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지만 청소년들의 경우는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상담소에 오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서 오거나 학교생활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학교측에서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 혹은 보호관찰소와 같은 법 집행 기관에서 내려지는 상담명령에 의해 몇 개월에 걸쳐 상담 및 교육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상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청소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부모나 가족간의 갈등이 깊어져있고 학교에서도 친구들이나 교사들과의 관계 형성에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 사람에 대한 신뢰보다는 불신감과 적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그만큼 많은 상처와 좌절의 경험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청소년들은 자기방어가 강해지면서 자신 이외의 것에는 관심과 공감을 잘 가지지 않으며 특히 이 시기에는 또래들간 집단 행동을 통해 그 안에서 소속감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경향이 짙다. 일부 청소년들은 결국 가출하여 집을 나온 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청소년이 저질렀다고 하기엔 믿기지 않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보면 이들의 문제가 한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시킬 수가 없다는 점을 많이 느끼게 된다. 가족간에 대화나 소통의 부재로 인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하고만 소통하는 아이들 ,혹은 부모의 관심이 지나쳐 많은 억압과 제지를 받으며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드러내지 못한 채 무기력한 상태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이들, 어느 순간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의 청소년에게는 함께 얘기하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정말 필요하다. 우리가 이들을 멘토라고도 부르는데 멘토란 어휘는 그리스 신화에서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위해 떠나면서 자신이 없는 동안 아들 테리마커스를 보호해 주도록 부탁했던 지혜로운 노인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인생의 방향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진정 어린 애정과 관심만 있다면 우리는 누군가의 멘토가 될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 그들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은 아마도 부모님, 선생님, 그들 가까이 있는 어른들일 것이다.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우리 사회 각종 사건 사고들, 얼마 전 고등학생 여러 명이 여중생 2명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5년 만에 세상에 알려진 가운데 그 중 한 가해자 부모는 “여태껏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나서는 건 뭐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5년이나 지난 일인데 그걸 갖고 왜 문제 삼냐”고 말하며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고 나섰다고 한다. 나 역시 부모로서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문제의 청소년 뒤에 문제의 어른이 있다는 말이 그대로 가슴에 와 닿는다. 청소년 범죄의 경우 어쩌다 이렇게 까지 세상이 무섭게 변했느냐며 놀라움과 한탄을 금치 못하지만 사실 근본적인 책임은 우리 어른들과 사회에 더 크다고 본다.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줄 수 있는 중요한 가르침은 내 자신과 더불어 상대가 누구든 상대도 소중한 사람으로 존중해야 하다는 점이다. 그들이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그리고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멘토가 되어주어야만 하는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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