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종 렬 전 음성교육장

 
 
아프리카에는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속담이 있다' 노마지지(老馬之智)'와 같은 뜻이다. 오랜 인생역정을 통해 터득한 경험과 지혜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비유일 것이다. 노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인생경험은 고귀한 사회적 자산이다.

중국 속담에 ‘가유일로 여유일보’(家有一老, 如有一寶)라는 말이 있다. 집안에 노인이 있는 것은 보물 하나가 있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스에는 ‘집안에 노인이 안 계시면 다른 집 노인이라도 모셔라’는 속담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나라님도 노인대접은 한다‘는 속담이 전해져 내려온다. 단순히 노인을 공경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노인이 가지고 있는 경륜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가정과 마찬가지로 국가나 사회에도 지혜로운 노인이 필요하다.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활용하는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 인구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에만 해도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7% 정도를 차지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세대의 반열에 접어들자 어느새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노인인구 비중 확대는 사회전반에 걸쳐 다양한 노인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 이중 노인학대문제 그리고 이와 관련된 노인자살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인의 사전적 의미는 늙은 사람이다. ‘늙었다’란 단어가 주는 통상적 의미는 ‘쓸모없음’이다. 노인은 신체, 노동, 생산적 기능을 다했기에 사회로부터 배척당하고 더 이상 설 곳 없음을 깨달은 본인 스스로도 능동적 자아를 포기해버린다. 이것이 오늘날 노인의 실상이다.

자식들도 나이 든 부모가 귀찮아 봉양하지 않고 모른 척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은연중에 나이 든 사람을 홀대하고 업신여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노인이 되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자신의 경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대신 기억력을 빼앗은 자리에 통찰력이 자리 잡는다.

집안에 큰 일이 생기면 집안의 어른인 노인에게 해법을 물어본다. 나라에서도 큰 일이 생기면 나라의 원로들에게 의견을 듣는다. 그들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 속에서 지혜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혜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노인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인식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미국 첫 흑인 대통령 시대를 연 버락 오바마의 뒤에는 외할머니가 있었다. 피부색이 다른 백인 노부부와 흑인 손자가 꾸려가는 가정은 화목했다. 그의 조부모는 손자가 피부색 때문에 상처받지 않도록 한없는 정성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관심은 버락 오바마가 흑인으로서 미국 대통령의 꿈을 키울 수 있었던 에너지로 작용했다.

황혼에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괴테는 노년에 관한 유명한 말을 남겼다. "노인의 삶은 상실의 삶이다. 사람은 늙어가면서 다섯 가지를 상실하게 되는데 그것은 건강, 돈, 일, 친구, 그리고 꿈"이라고 했다.

노인은 늙은 사람이고, 어르신은 존경받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젊은이에게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노후의 삶은 그저 남은 인생을 여유로운 안식과 쉼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나잇값`을 하여 `어르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늙으면 누구나 되는 `노인`이기보다 인생을 꽃피워 열매가 맺히는 것과 같은 `어르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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