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갑

사람은 누구나 하나씩 걱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만석지기 만 가지 걱정, 천석지기 천 가지 걱정이 있다는 옛말처럼 누구든 가슴에 있는 근심이 있게 마련이다.

네게는 늘 심장병을 잃고 있는 아내가 목에 메여 가시처럼 걸린다. 집안에만 있어야 하고 들꽃 피는 산에 한번 올라가 보지 못하고 누구나 가는 단풍구경 한번 못가는 아내이다.

그런 아내를 위해 여행길을 떠났다. 신혼여행 말고는 여행은 처음이었으니 목석인 나도 여간 떨리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우리 두 사람을 위해 세상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 속에 빠져 경북 영덕에 턱골이란 조그만 마을을 찾았다.

하늘아래 첫 동네라고 하는 그곳은 아주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어디를 가도 느낄 수 있는 농촌의 현실인 듯 군데군데 빈집은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마음을 아프게 했다.

천둥오리 한 쌍은 골짜기를 놀이터 삼아 한가롭게 노닐고 진녹색의 푸르름은 마치 내 고향 음성과 흡사했다.

소쩍새 우는소리에 아득한 유년의 추억까지 느끼게 하는 이런 곳에서 언젠가는 나도 평화로운 노년을 즐기고 싶은 소망하나를 더해 봤다.

해돋이를 보고 싶다는 아내를 위해 새벽 바닷가를 찾았다. 연꽃처럼 피어오르는 해와 아내를 번갈아 쳐다보니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가 생각나고 아내 또한 나를 만나 많은 기대가 있었을 텐데 난 아내에게 어떤 남편이었는지 뒤돌아 생각해 보았다. 한 가지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같이 걸러와 준 아내가 고맙고 고맙기만 할 뿐이었다.

 

여행길 절벽에 매달린 풀 한포기의 삶을 보며 시심으로 풀어본다

 

 

 

 

벼랑 끝 돌 틈새

 

아스라이 뿌리박고

 

고꾸라지듯 박혀

 

아무도 불러주는 이 없고

 

보아주는 이 없어도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는

 

한 포기 이름 없는 잡초

 

그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평생 틈바구니 비집고 매달린

 

악착스러운 저 삶

 

인간사!

 

살아 숨 할딱거리며

 

떠도는 늙마의 고달픈 여정보다

 

향긋한 향기 품는 너야말로

 

벼랑 끝이 이는 그윽한 삶이로구나.

 

 

 

 

여행에서 돌아오며 우리 인생은 이 짧은 여행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는 더욱 쏜 화살처럼 지나갈 것이다.

 

괴테는 우리의 인생에는 고통도 있고 행복도 있다고 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인생은 완전한 만족은 없으며 자기가 인정한 것을 힘차게 찾아 헤매는 하루하루가 인생이라고 했다.

 

여행에서 돌아가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일하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아내가 힘을 얻는 활력소가 되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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