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순 수필가

 
 
 손목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일을 하면서 무리가 되었는지 탈이 났다. 손목터널 증후군이라는 진단과 함께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처방받은 약을 먹는 동안은 통증을 잊고 있다가 바쁜 일과가 끝나면 또 다시 아픈 것을 보면 한 철 일이 다 끝나야 가라앉지 싶다.

올해는 아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자식들이 나이가 들어도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은 다 같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소득을 얻기 위해 힘도 쓰고 노력하며 사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농사일만큼은 굳이 하려고 애쓰지 않고 살기를 바랄 뿐이다.

복숭아 작업으로 힘든 하루를 마무리 할 때면 논술학원을 운영할 때가 그립다. 학생들과 읽은 책에 대해 토론을 하고 글쓰기 지도를 하면서 서로 마음을 알고 친해졌던 시간들이 이제는 추억으로 남았다. 더 이상 수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을 때 내 일의 소중함을 느껴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논술수업을 하고 있지만 밭일이 늘어나고 있어 점점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무엇이든 일에 대해서는 잘못될 소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일에 대해 억지로 욕심을 내서 될 일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면서 일에 얽매이지 않아야 마음도 편하고 바쁘지 않다. 일을 하되 욕심 없이 하면서 뜻을 약하게 해야 내 몸도 상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내가 하던 일들에 대해 정리가 필요했다. 일철이 지나면 수업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생각으로 비워두고 있는 학원을 들일이 한가해지면 정리 할 생각이다. 바쁜 시간 쪼개가며 글을 한 편 쓰려고 날카로워 지지 말고 가끔 책이나 읽으면서 부담감도 떨쳐버리고 싶었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할 때 행복하다. 나는 책을 읽고 때때로 글을 한 편 쓰는 시간이 즐겁다.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내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가 있어 좋다. 글로 삶을 표현 할 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쓰고자 하지만 몸이 괴로워 잠들기 바쁜 날이 반복되다보니 글을 쓰고자 하는 것도 욕심이란 생각이 든다. 한 문장을 표현하려면 보고 생각하는 깊이가 깊어야 잘 쓸 수 있지만 내게 있어 가장 어려운 것도 글쓰기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몸이 받아들여서 몸으로 밀어내는 글을 써야 좋은 글이 나오는데 서두르지 않으려 해도 이 또한 어렵다.

8월, 읽으려고 준비한 책이 쌓이고 있다. 당장 읽지 못해도 읽어야 될 책이 있어 좋을 뿐이다. 덥다 못해 따갑기만 한 날씨에 일하느라 지쳐 한 글자 읽을 새 없이 잠이 들지만 비가 쏟아지는 날 읽고 싶던 책을 마음껏 읽어야겠다.

글쓰기도 그렇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쓸 수 있는 만큼만 쓰면 된다. 우리 부부가 심어 놓은 과일 나무들이 자라면 할 일이 늘어나고 내가 쓸 수 있는 글감도 많아지리라. 감당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리고 좋아하는 것 중 한 가지는 잡고 가야 살맛이 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