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섭 해오름학원 원장, 수필가

 
 
 올 여름은 1994년 이후로 제일 더운 여름이었다. 아침부터 더운 공기와 뜨거운 햇볕은 감히 야외활동을 엄두도 못 내게 했고 실내에 있어도 후텁지근하여 짜증이 났다. 30여 일간 열대야가 지속되었으며, 온혈환자가 수천 명 발생하여 16명이나 더위 때문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을 정도였다. 온 나라가 불볕더위에 고생을 했다. 작열하는 태양이 야속했다.

 가뜩이나 더워 힘들어하는 서민들에게 한 가지 걱정이 더 추가되었다. 전기료 누진제 때문에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진제가 산업용과 상업용에는 없는 것이 가정용에만 있고, 산업용은 아예 전기를 생산원가에 공급하고 있어서 결국 가정용을 사용하는 서민들만 과중한 부담을 지는 불공평한 전기요금체계에 서민들은 더욱 더워졌다.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맘 편히 에어컨을 켜고 집에서 쉴 수도 없는 착잡한 마음에 열대야의 밤은 길기만 했다.

 서민들의 불만의 소리가 커지자 정부에서는 누진제를 완화시키겠다는 미봉책으로 불만을 잠재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가 전기요금할인을 얼마 정도 해 줄 것인지를 가지고서 서민들과 실랑이를 하는 형국이다. 그것도 매년 여름만 되면 반복되니 참으로 안타깝다.

 인구 15만의 미국 소도시 랭커스터는 2012년 초에 태양광발전으로 시에서 소요되는 전력량의 60%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2년 5월 25일에 독일의 태양광발전 용량은 22기가와트를 돌파했다. 이것은 독일 전체 전력수요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호주도 현재 태양광발전 점유율은 11%를 넘어섰다. 이렇게 여러 나라들이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여 전기를 생산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게 여러 면에서 좋다는 걸 알지만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들어서 쉽게 실행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건 기존의 화석에너지발전 관념을 벗어나지 못한 인식이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화력/원자력발전방식의 전기는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저렴하지도 않을 것이며, 가동연령을 경과한 원자력발전소들의 해체와 핵폐기물의 처리에는 가히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설비부터 해체까지 감안하면 화력/원자력발전이 훨씬 많은 비용이 드는 방식이다.

 태양광 패널과 인버터 등의 발전 자재 가격은 매년 내려가고 있다. 실제로 태양광패널 자체의 비용보다는 연성비용(인허가, 세금, 상호연결 수수료, 검사비, 설치인건비, 자금조달비 등)이 더욱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연성비용을 대폭 줄이고 설치자금을 안정적으로 대출하는 정책을 정부에서 실시한다면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 전기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전기생산은 중앙 독점적 생산관리체계를 벗어나 지방 분산과 민주적 참여 방식으로 바뀌어 가야한다.

이제라도 정부는 전기료 누진제 같은 근시안적 문제보다는 근본적인 에너지정책 전환을 통해 국민들의 편리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사용을 도모해야한다. 더 값싸고 효율적인 태양광발전 덕분에 여름의 불같은 태양을 고마운 눈으로 바라볼 날을 고대하고 또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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