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군에서 전역한 후배를 만났다. 남자들의 만남은 늘 그렇듯이 군대의 고생과 무용담이 화제의 대상이다.
상명하복의 계급속에 지혜로운 지도자의 만남은 병영 생활이 즐거움이냐, 고통이냐를 판가름한다. 그래서 요즘의 유행어 중에 “무식한 지휘관은 적군보다 무섭다.” 라는 말로 피해갈 수 있는 고난을 토로하기도 한다.
우리들 주변에 무식한 주인을 만나 고생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경호정 연못의 잉어들이다.
군민들의 휴식공간 제공을 위하여 공원을 만들고 연못을 팠다. 그리고 섬을 만들고 섬에는 정자를 만들어 운치를 돋우고...참으로 잘 만들었다. 주변의 나무와 어울어져서 한폭의 그림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사정이 다르다.
연못의 물을 항상 혼탁하고 여기 저기에 쓰레기가 떠다니고 마치 사람이 살다가 떠나간 빈집처럼 지저분하다.
경호정 연못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연못의 물이 항상 혼탁하고 썩어가는 이유는 들어오고 나가는 물의 흐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보수공사를 했다. 물이 나가는 배수구를 만들었지만 들어오는 배수구는 꼬맹이 녀석 오줌만큼이나 찔찔하다. 그래서 물은 항상 혼탁하고 썩어간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는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울까?
연못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연못에는 수초가 없다. 수초는 물을 맑게 해주고 산소를 공급하여 물고기의 쉼터와 산란 장소를 제공한다. 또 하나 경호정을 둘러 싸고 있는 석축도 문제이다.
물과 접하는 부분까지 이중으로 콘크리트 인공구조물을 설치하여 물가에서 물의 정화작용을 하는 식물이 자랄 수 없도록 만들었다. 환경 친화적 시설은 고사하고 아무런 생각없이 무조건 튼튼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무식한 공사였다.
타시도의 공사를 보자. 수원시의 경우 하천가에 직선으로 석축을 만들어 물이 빠르고 거침없이 흐르게 하였으나 물이 정화되지 않아 갈수기에는 물이 썩어 갔다. 그래서 석축을 걷어내고 물길에 굴곡을 주고 오히려 천천히 흐르게 하고 석축자리에 갈대와 부들,미나리등 수중식물을 심었다. 즉 옛날의 하천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 결과 물이 맑아지고 사라진 물고기가 돌아오고 하천이 되살아 났다.
제천 의림지의 경우는 여러곳에 부레옥잠으로 수초섬을 만들어 물을 정화한다.
전주의 덕진공원호수는 호수의 삼분의 일을 연꽃 단지로 만들어 유입되는 하수를 처리하고 연꽃이 필 때면 그 우아한 자태로 전국에 소개되는 명소가 되고 있다.
경호정은 음성군민의 얼굴이며 연못은 마음이다. 만들어 놓고도 관리자 없이 방치하여 썩어가는 물을 보며 마치 군민의 뜻을 모으려던 군민대종이 관리 소홀로 기금을 횡령하여 군민의 속을 썩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더욱 민망하다. 하루빨리 경호정의 맑은 물에 군민의 아름다움 마음을 비추게 하고 우아하게 피어나는 연꽃에서 심청이의 요정이라도 찾으려고 기웃대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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