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면 내산4리

▲내산4리 미산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내산4리 미산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미호천 위 오산교 공사 여파로 대소사거리는 더 복잡해졌다. 대소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농협과 초등학교를 지나도 여전히 자동차 속도계는 서행이다. 겨우 면소재지를 벗어나니 시야가 트인다. 서쪽을 바라보며 성산천을 건너, 가래뭉지 마을을 스치듯 지나자, 고개가 가파르다. 고개를 넘으니 다시 중부고속도로가 길을 가로막았다. 이번엔 굴다리를 통과해야 한다. 큰죽골을 지나면서 광혜원에서 이월까지 남북으로 길다랗게 펼쳐진 들판이다. 이번엔 칠장천을 가로지는 낡고 좁은 다리를 건너서 좌회전. 군도를 따라 600여M 내려가니 비로소 작은 마을이 오른쪽 산자락에 기대어 섰다. 바로 대소면 내산4리(이장 김이태), 미산마을이다. --편집자 주--

▲내산4리 항공사진 모습.(출처:대소면지)
▲내산4리 항공사진 모습.(출처:대소면지)

■ 작은 마을이 대소 서쪽 끝에 있네

동쪽으로 내산2리 큰죽골,작은죽골과 동남쪽으론 기다랗게 삼호리와, 그리고 서쪽으로 살천이와 진천군 광혜원면 금곡리가, 북쪽으로 내산3리 방울미 마을과 각각 접한 내산4리 미산마을은 내산리 중부에 위치해 있다.

내산4리는 자연부락으로서 정말 작은 마을이다. 지난해 말 통계로 인구 63명, 34세대 규모다. 이중에 농가는 23가구이고, 나머지는 비농가이다.

칠장천이 흘러가는 들판 끝, 미산자락 품속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이 마을 앞으로는 19번 군도가 칠장천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하고 있다.

미산마을은 마을 뒷산 모양이 묘하고 아름다워 ‘미산(美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일설에는 산 모양이 눈썹(眉)을 닮았다고 해서 ‘미산’이라 하였다고도 전한다.

남북으로 길게 주택이 모여있는 내산4리는 마을 뒤편 서쪽으로 미산이, 남쪽 끝으론 망월산 등 낮은 산이 있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칠장천 유역엔 넓은 농경지가 형성돼 있다. 농경지가 넓은 관계로 칠장천에는 살짜릿보, 오리새보, 중보 등 보가 많다. 농사를 짓는 주민들은 주로 수박과 벼를 재배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이외에도 고추, 콩 등 밭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미산마을 뒤편으론 수로가 지나고 있다. 아마 밭농사를 위해 만든 것이리라....또한 사방댐이 건축되기도 했다.

마을 주민 중에는 군에 복무했던 김종설(1971년) 씨와 교육에 종사했던 권영환(1998년) 노인회장이 대통령 훈장을 받았으며, 권 노인회장은 문교부장관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산소나무 모습.
▲미산소나무 모습.

■ 작은 마을, 곳곳에 풍성한 이야기가 ‘구수하다~’

비록 마을은 작지만, 곳곳엔 고유의 지명과 함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구수하기만 하다. ‘능안’은 미산남쪽에 있는 산인에, 옛날 능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새봇들’은 미산 동쪽에 있는 들을 말한다. ‘안골’은 미산 안쪽에 있던 마을, ‘절골’은 미산 서쪽 옛날에 절이 있었던 골짜기를 가리킨다. ‘빈정모퉁이’는 미산 남쪽으로 난 도랑 둑길이고, ‘서낭댕이’는 미산남서쪽에 군 지정보호수인 소나무가 당수나무로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다리부러진 고개’는 미산 남쪽에 있는 고개로서, 청주경씨 중시조 묘가 있는 곳. 금반형(金盤形) 산소 자리로 상석을 너무 많이 해서 상다리가 부러진 이후로 그 자손들이 잘 안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배산’은 미산 동남쪽에 있는 산인데, 마치 배를 엎어 놓은 형상으로 현재 산은 없어지고 공장이 들어서 있다. ‘배다리’는 미산 북쪽에 있는 다리로, 배산을 배로 본다면 배다리는 배를 묶어놓는 자리로 주민들은 여긴다. 현재는 농지정리로 없어졌다. ‘고양바위’는 미산에 있는 바위로 작은 굴이 뚫려 있고, 망월산은 미산 남쪽에 있는 산으로 주민들이 망월(望月)을 하던 산이다.

<대소면지>는 지금은 없어진 안골과 관련돼 생원 김인제와 산적이야기 구전을 전하고 있으며, 매년 정월 보름 사이에 진행하던 ‘백운 산신제’ 전통을 소개하고 있다.

내산4리 미산마을 새뜰마을사업 계획도.
내산4리 미산마을 새뜰마을사업 계획도.

■ ‘새뜰마을’사업으로 살기좋은 마을로 변신

 

특히 미산마을 마을회관을 비롯해 대부분의 주택은 노후된 상태다. 주민들이 살기에 매우 불편하다. 여기에 하수도 시설은 전혀 없다. 마을 안길도 좁고 정비가 안돼 있다.

이에 김이태 이장과 주민들이 하나로 힘을 모으고, 여러 방면으로 힘쓴 결과, 지난해 미산마을이 ‘새뜰마을’ 대상마을로 선정됐다. 새뜰마을 사업은 지역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재해, 위생, 안전 등 생활환경이 아주 취약한 마을에 생활환경 개선.일자리 복지 등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슬레이트 지붕개량과 철거, 마을 안길 정비, 하수도 정비, 담장 정비, 마을회관 리모델링, 마을쉼터 조성, 지역주민 역량강화와 휴먼케어 등이 진행되는 이 사업에는 총 6억4천여 만원의 재정이 소요된다. 새뜰마을 사업을 통해 미산마을 주민들은 차근차근 일자리 공동체 일원으로 능력과 자질을 갖춰, 각종 마을 소득사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날을 크게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새뜰마을 사업 설명회에 참여하고 있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새뜰마을 사업 설명회에 참여하고 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김이태 이장은 ‘미산소나무’에 대한 기사를 주문했다. 미산소나무는 살천이로 넘어가는 고개 서낭당에 있는 당수나무를 말한다.

“미산에서 살천이로 넘어가는 길 언덕 / 꾸부정한 노파처럼 낮게 엎드린 소나무여 / 그대 외로운가 / 무얼 하고 있는가 / 대소 오미장은 까마득한데 / 광혜원과 이월 역시 만만찮은데 / 그댈 잊었는가 / 찾는 이도 없는가 // 하루종일 마을을 감도는 침묵과 정적에 / 발아래서 짖느라 목이 쉰 삽살개 / 일하러 간 엄마 찾아 칭얼대는 갓난아기 / 사시사철 칠장천을 적시는 물결을 간지럽히는 바람 /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귀담아보려고 / 그대 굵은 등줄기 꺼죽에 / 딱딱하게 껍질만 얹혀 있구나. --기자의 졸시 ‘미산소나무’ 전문--

 

■우리동네사람들

김이태 이장

▲김이태 이장.
▲김이태 이장.

'승객과 외부인들에게 마을 자랑하는 미산마을 숨은 외교관'

김이태 이장은 서글서글한 외모와 함께 사교성 있는 활달한 성품을 갖추고 있다. 마을 주거여건 개선사업인 ‘새뜰마을’ 사업을 유치하는 한편, 마을과 주민들 대소사에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다. 미산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 이장은 대소시내에서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김 이장은 지역 어르신과 청소년들을 비롯해 자신의 택시 승객들에게 “우리 내산4리 미산마을은 작은 규모의 마을이지만 가족같은 마을로, 주민들 단합이 잘된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그는 마을의 숨은 외교관이다.

 

권영환 노인회장 

▲권영환 노인회장.
▲권영환 노인회장.

'활발한 교육활동으로 식견과 덕망 갖춘 마을 어른'

대소초교장을 역임하는 등 평생을 교육계에 종사해온 권영환 노인회장. 활발한 교육활동으로 각종 훈포장과 대통령상, 교육장관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권 노인회장은 식견과 덕망을 갖춰 주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마을 어른이다. 마을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시작된 새뜰마을사업에 보이는 관심과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권 노인회장은 단지 뒤에서 마을 이장을 비롯해 젊은이들을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그는 외적 변화와 함께 미산마을 알차고 행복한 마을이 되길 기대한다.

 

채은병 부녀회장

▲채은병 부녀회장.
▲채은병 부녀회장.

'알뜰하고 부지런한 여성, 미산마을 곳곳에 부드러운 손길이....'

‘집안에 여자가 바뀌면 장맛이 변한다’고 했던가? 집이건 마을이건 여성이 차지하는 역할은 중요하다. 채은병 부녀회장은 알뜰하고 부지런한 주부요, 자녀에겐 따뜻한 어머니다. 미산마을 곳곳엔 채은병 부녀회장을 비롯한 부녀회원들의 부드러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비록 낡고 불편하지만 미산마을이 오롯이 정감넘치는 마을일 수 있는 건 채 부녀회장을 포함한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미산마을을 가면 오순도순 살아가는 여성들을 찾으면 좋은 일이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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