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맹자는 사람에게는 착한 본성(本性)이 있다고 하였다. 사람이 아무리 악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사람 본성이 악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조건에서 얻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사람이 누군가를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흔히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곧잘 쓴다. 그러나 교도소 재소자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억울함과 원망으로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지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깊은 참회를 통해 앞으로의 더 많은 삶을 건실하게 설계하고 생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어느 해 가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체육대회가 열렸다. 다른 때와는 달리 20년 이상 복역한 사람들은 물론 모범수의 가족들까지 초청된 특별 행사였다.

오랫동안 가족과 격리되었던 재소자들에게도 무덤보다 더 깊은 감옥에 갇혀 살아온 가족들에게도 그날 잔치는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달리기를 할 때도, 줄다리기를 할 때도, 얼마나 열심인지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부모님을 등에 업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효도관광 달리기였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하나 둘 출발 선상에 모이면서 한껏 고조되었던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선수들이 그 쓸쓸한 등을 부모님 앞에 내밀었고, 마침내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하지만 온힘을 다해 달리는 주자는 없었다. 아들의 눈물을 훔쳐 주느라 당신 눈가에 눈물을 닦지 못하는 어머니… 아들의 축 쳐진 등이 안쓰러워 차마 업히지 못하는 아버지…

교도소 운동장은 이내 울음바다로 변해 버렸다. 아니 서로가 골인 지점에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려는 이상한 경주였다. 그것은 결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레이스였다. 그들이 원한 것은 일등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부모님과 함께 있는 시간을 단 일초라도 연장해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어떤 죄수가 있었다.

그런데 아들을 교도소에 두고 나와야 하는 어머니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밤 10시경에 와서 아들에게 주고 갔다. 그러나 아들은 엄마가 그러는 행동이 귀찮고 창피스러워 우유를 던져버리거나 억지로 마시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심하게 오던 날이었다.

항상 10시경에 자기를 찾아오던 어머니가 찾아오질 않았다. 12시가 되어도 2시가 되어도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새벽 3시쯤 옷이 비에 다 젖은 상태로 찾아왔다. 어김없이 어머니의 손에는 우유가 들려있었다. "미안하다 늦어서. 오다가 그만 우유를 깨버려서 다시 일을 해서 사갖고 오느라구…" 하면서 힘없이 아들에게 따끈한 우유를 건네주었다.

어머니는 매일 새벽부터 일을 해서 품삯을 받아 우유를 사서 아들에게 갖고 온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 날도 어김없이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오는 길에 그만 빗길에 미끄러져 우유를 깨버린 것이었다.

어머니는 다시 일을 하여 품삯을 받아서 우유를 사온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안 아들은 어머니의 따뜻한 체온과 사랑이 깃든 우유를 받아 마시며 그 자리에서 그만 엉엉 울고 말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말없는 진실한 사랑 앞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고 후회하면서 다시는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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