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오랜만에 동해 바다를 잠시 들렀다왔다. 한여름 인파로 가득했던 바다에는 몇 몇 사람들만 보일뿐 한적하고 조용했다.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한동안 부드럽고 푹신한 모래위에 몸을 맡기고 있다 보니 근래에 일 때문에 사람 때문에 다소 지쳤던 마음이 아주 조금씩 천천히 파도에 쓸려 내게로부터 멀어져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참으로 신기하게도 복잡했던 마음과 생각들이 그동안 욕심과 부질없는 기대들에서 비롯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요즘의 사회는 과도한 경쟁속에서 보여지는 결과물 외적 성장을 더 중요시한다.

잘 드러나지 않는 감정과 마음은 제대로 챙길 틈도 없이 저마다 시간에 쫓기며 최선이라는 자신의 한계점을 시험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얻기 위해 그렇게도 자신을 몰아가는 것일까? 경제력이 가장 큰 권력이 되는 사회에서 누구나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돈만 있으면 좋은 집도 사고 멋진 차도 사고 폼 나는 명품 시계도 살 수 있다. 그러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돈이 있으면 좋은 집을 살 수는 있다. 그러나 돈만으로 가정의 행복을 살 수는 없다. 돈만 있으면 멋진 명품 시계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거나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돈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는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보다도 분명 더 중요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 남들에게 보여 지는 모습에 집착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지나치다보면 오히려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스스로를 너무 높게 평가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자신을 비하시키면서 마음의 감옥에 갇혀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고 보면 현자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돈이나 권력이나 지식보다도 삶의 지혜와 행복의 가치를 스스로 깨달아가기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삶의 지혜는 지식과는 달라서 어느 한순간 금방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생 자신을 늘 성찰하면서 기만하지 말고 정직한 자세로 배우고자 하여야만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라고 했다.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인간은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자신을 성장시킬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다.

어떤 이들은 자만에 빠져 오히려 상대방을 멀어지게 만들고 자신의 큰 목소리에 스스로 도취되어 남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하고 있음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다. 오히려 내 몸과 마음을 스스로 낮추고 먼저 다가가면 상대방은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해 줄 것인데 말이다. 우리 주변에는 참으로 존경할만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인생에 있어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계기는 오히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아주 작은 일들에서 비로소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부터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부족한 자신의 모습일지라도 과장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지금 나의 모습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겠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인정하는 순간 이미 큰 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그동안 작은 일은 소홀히 하면서 큰 결과에만 욕심내지는 않았는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나의 기대로 오히려 그들을 힘들고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는지를 되돌아본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참으로 신기하다. 아무 말 없이 마주하기만 해도 이미 나의 마음속까지 훤히 들여다보니 말이다. 바다 바람이 제법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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