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

 

 
 

요즘 나라가 시끄럽다. 최순실이라는 대통령의 오랜 지인에 의한 국정농단이 밝혀지면서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특히 보수적 가치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감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우파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던 대통령의 위기는 그를 통해 부강한 나라, 풍요로운 국민의 삶을 실현하는 활력과 희망이 넘치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하였던 사람들에게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에 있어서 보수적 가치가 무엇인가 되짚어보자. 보수주의는 기본적으로 기존 질서체계의 순기능적 측면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 개혁을 통해 기존 가치의 긍정적 측면 위에 새로운 가치를 이룩하려는 사람들이다.

제2차 대전 이후 많은 신생국이 태어났다. 그들 국가 중 국제적 규모의 내전까지 겪었으며 모든 것이 파괴되었던 나라에서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원조받던 국가에서 원조하는 나라’로의 면모는 경제적 부의 상징이며, 일련의 평화적 정권교체는 민주화의 상징이 되었다. 번영과 민주주의 모두를 획득한 자랑스러운 국가이다. 이와 같은 성과는 자본주의체제와 한미동맹의 안보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자는 개인의 창의와 열망을 자극함으로써 이병철, 정주영과 같은 우리 경제의 영웅을 낳았다. 후자는 냉혹한 냉전시대 하에서 국가를 보전하며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다.

과거 좌파정권 10년 하에서 우파는 기본가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분노했다.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 정권을 이어지면서 이제야 나라가 정상화 되는구나 하는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면서 통진당의 해산, 전교조의 노동조합 지위상실, 개성공단의 폐쇄 등은 보수 가치의 실현을 의심하지 않게 하였다. 편향적이고 부정적 역사관으로 가득한 한국사의 국정교과서화에 박수를 보냈다. 노동과 규제를 개혁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노력에 성원을 보내며 이를 가로막는 정치권에 분노를 금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의 모든 일에 지지를 보낸 것은 아니다. 특히 인사문제에서는 아쉬움을 넘어 실망을 금치 못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문창극 총리후보자의 낙마는 너무도 아쉬운 일이다. 애국적인 강연은 친일, 매국이라는 일방적 매도와 함께 쫓겨나듯 사퇴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지명권자는 그저 지켜 볼 뿐이었다. 그 비겁함이 오늘날의 사태를 잉태하였는지도 모른다.

이번 사건은 너무도 어처구니없기에 100%믿기 힘들다. 옥석이 걸러지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정농단의혹 중 1/10이 진실이라 해도 이는 실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슴 한 쪽에 허무함이 밀려오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좌절하지는 않는다. 보수 가치의 실패가 아니라 한 정치인의 추락일 뿐이다. 국민에게 있어서 정치인은 입 안에 든 사탕과 같은 존재이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존재’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 사랑은 그 자체가 국가를 오히려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한 동안 보수 가치는 크게 훼손할 듯하다. 역진적 정책들이 개혁의 이름을 얻을 듯하다. 법인세의 인상, 복지의 무분별한 확대 등이 그것이다. 복지라는 이름으로 국민에 대한 국가통제가 소리 없이 강화될 것이다. 타인에 의지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국민을 길들이려 할 것이다. ‘노예의 길’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제 보다 냉정한 눈으로 정치인을 평가할 때가 되었다. 배신이 아니라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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