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순 수필가

 
 
 입술이 간지럽다. 많이 서 있거나 오래 걷게 되면 입술이 부어오르기 시작한다. 힘들고 지치면 몸이 바로 신호를 보낸다.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피곤할 때마다 나타나 흉한 모습을 드러내 기분이 좋지 않다. 입술에 물집이 잡히고 나면 근질근질 거릴 뿐만 아니라 상처가 낫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바이러스는 편안해져야 없어질 것처럼 몸 어딘가에 숨어 있나보다. 증세가 나오자마자 약을 먹으면 딱지가 바로 생기지만 상처부위가 아물려면 일주일은 지나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에 약을 바르면 상처부위가 더 눈에 띄고 화장을 진하게 한다한들 상처는 가려지지 않는다.

지금 내 입술과 마음이 그렇다. 약을 바르기에도 답답하고 립스틱으로 덧칠하고 거울을 보면 인상도 같이 찡그러진다. 몸을 돌보지 않고 바쁘게 살다보니 몸이 편할 수가 없다. 그동안 속도감만 느끼고 살았다면 이제는 한 자리에서 오래도록 멈추어 봐야 할 때이지 싶다. 상처에 고름이 끼도록 내버려두는 일을 이제는 그만해야 되지 않을까.

입술의 상처가 남들 눈에 보인다고 감추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보다도 더 어이없는 일에 할 말을 잃었다. 직접 행한 권리에 대해 처음으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사람을 잘 보고 골라 찍는다는 것이 짧은 시간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만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다.

아무 때나 느끼는 자괴감은 사치이다. 바닷물에 잠기는 배를 뉴스로 다시 보는 것 자체가 아물지 않은 상처이고 슬픔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나라에 냈던 세금이 어떻게 사용 되었으며 앞으로 내게 될 세금은 어디에서 누구를 위해 쓰여 질 것이냐가 궁금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촛불문화 현장에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들을 보며 촛불을 안으로 밝히는 이들도 있다. 우리가 이런 시대를 맞이할 줄 몰랐던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각자 살기 바빴기 때문이다.

몸도 그렇다. 아플 때 치료를 한다고 병원을 찾고 애를 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조금 나아지면 약을 먹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다. 심각하지 않은 질병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리라는 안도의 마음이 크다. 어떤 증세라도 반복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입술은 피부가 약해서 상처자국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가 정치인들을 보면서 한심함의 극치를 느끼고 실망했던 때가 많았기에 관심을 갖지 않고 가볍게 보아 넘긴 탓이 크다. 투표권을 받고 한 표를 찍기 위해 나는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행동 했는가를 반성하고 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면 이제는 깊게 생각하고 정확히 바라봐야 할 때이다. 또다시 분위기에 휩쓸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마음에 생긴 물집이 사라지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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