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요즘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라고 칭송받던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자식을 학대하다 못해 이제 죽여서 암매장을 하는 끔찍한 일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2014년 기준 아동학대 사건이 전국에서 1만 건 이상을 넘어섰고, 아동학대 사건의 직접적 가해자의 81%가 부모라고 하니 참으로 놀랍고 안타깝다.

배고픔에 허덕이면서 각종 학대로 숨진 평택의 7살 신모군, 목숨 걸고 탈출한 인천 맨발 소녀, 냉동상태로 발견된 부천 초등생, 미라가 돼 버린 여중생까지 너무 충격적이라 이제 TV 뉴스 대하기가 겁나고 두렵기까지 하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천붕(天崩)이라고 하고, 자식이 먼저 가면 참척(慘慽)이라고 한다. 부모를 여의는 것은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다. 자식을 잃는 것은 땅이 꺼지는 아픔이다. 어버이가 숨을 거두면 해와 달이 빛을 잃고, 아이가 숨지면 온 세상이 막막해진다. 부모 상(喪)을 당하면 세월을 한탄하지만 자식을 떠나보내면 하늘을 원망하게 된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호곡은 창자를 끊는 듯 참담하다.

“자식을 앞세우고도 살겠다고 꾸역꾸역 음식을 처넣는 에미를 생각하니 징그러워서 토할 것만 같았다” 작가 박완서의 일기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이렇게 자식에 대한 애틋한 정을 표시한 말도 없을 것이다. 부모가 되어 보지 않고 어찌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부모 속을 썩이면 하는 말이 있다. “너도 자식을 낳아 길러 봐라” 예전엔 무심코 듣던 말이 자식을 기르며 직면하는 여러 문제를 대할 때 마다 가슴을 찌르는 말이 되었다.

어머니의 삶은 그야말로 고통의 연속이며 희생의 연속이다. 이는 알을 낳고 자신의 몸을 자양분으로 내어주기 위해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는 다른 생물들의 어미 사랑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일생 수십 수백 번은 더 큰 죽음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희생하는 것이 바로 어머니가 아닌가.

연어는 깊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이다. 어미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민물로 찾아와 알을 낳은 후 알을 지키고 앉아 있다. 이는 갓 부화되어 나온 새끼들이 아직 먹이를 찾을 줄 몰라 어미의 살코기에 의존해 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미 연어는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새끼들이 맘껏 자신의 살을 뜯어먹게 내버려 둔다. 새끼들은 그렇게 성장하고 어미는 결국 뼈만 남게 되어 소리 없이 죽어 세상의 가장 위대한 모성애를 설명해 주고 있다. 그래서?연어를?"모성애의 물고기"라 부른다고 한다.

자녀에게 자신의 모든 에너지와 영양분을 준 것도 모자라 자신의 몸까지 내어주는 희생적 사랑은 어머니만이 베풀 수 있는 위대한 사랑이다. 그러나 오늘날 뼈와 살을 깎는 고통과 희생으로 낳아주고 길러주신 어머니의 거룩한 사랑은 점차 희미해져가고, 어쩌자고 눈에 넣어도 예쁜 자식을 학대하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모는 세상이 되었을까?

인륜을 저버린 물고기만도 못한 인간들에게 더 이상 부모라는 이름을 더럽히지 말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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