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 폭력상담소장

 

 
 

우리는 평소 어떤 대화를 주로 하는가? 한번 생각해보자. 부부들이 주로 많이 나누는 대화는 아마도 가정, 가족에 대한 대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종종 싸움이 일어나거나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오히려 서로를 더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것은 대화에 있어서 사실적인 내용 전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대화의 방식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현재 OECD 국가 중 1위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이혼으로 홍역을 앓았던 선진국에서는 오랜 시간동안 폭증하는 이혼으로 인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부부 문제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부부치료 전문가인 가트맨 박사는 미국에서 이혼이 급증하던 1970년부터 약 40년 가까이 3천여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실제 부부들이 사는 모습을 관찰하고 그들의 5년 후, 10년 후, 15년 후를 추적하여 행복하게 사는 부부, 이혼은 안했지만 불행하게 사는 부부, 이혼한 부부가 서로 어떤 점이 달랐는지 분석했다. 연구한 결과 보통 우리들이 예측하고 생각했던 부부에 대한 상식과 통념과는 전혀 다른 답을 찾아냈는데 그것은 흔히 말하는 성격 차이도 ,경제력도 아니었다. 가트맨 박사의 연구 결과는 이혼하는 사람들이나 불행하다고 느끼며 사는 부부들의 공통점은 결국 부정적인 대화 방식에 더 큰 원인이 있었다고 한다.

불행한 부부에게 존재하는 네 가지 위험인자는 비난, 경멸, 자기변명, 도피(담쌓기)이며 이것은 부부가 대화 중 피해야 하는 것으로 정서적 빈곤과 단절을 가져오고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행복한 부부들은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도 긍정성을 많이 보였다. 예를 들어 대꾸를 잘 해주거나 자주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마주치며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적절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상담소에서도 평소 부부 상담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부부들이 상담을 통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부부간에 전혀 대화가 없거나 대화를 하다보면 결국은 또 언성을 높이며 큰 싸움으로 번져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 초에는 부부가 서로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살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일들에 때론 상처받고 지치다보면 어느 날 서로의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하고 마음 아파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관계는 더욱 멀어지고 서로를 향한 격한 말이나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감정적으로 흥분하거나 적대감이 커지게 된다. 남편은 아내로부터 점점 도망치고 싶어지고 그럴수록 아내는 점점 언성을 높이거나 아예 침묵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문제나 갈등을 잘 해결 할 수 있을까? 앞서 가트맨 박사의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행복하고자하는 부부들은 서로의 마음이나 감정을 표현하는데 절대 인색하지 않으며 갈등이나 문제 상황에서도 도망치거나 담을 쌓지 않고 먼저 다가갈 줄 알며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선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살면서 때론 실수나 잘못도 저지를 수 있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은 결코 자존심을 상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상대의 진심어린 사과는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할 것이다. 이는 비단 부부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과연 오늘 우리의 대화는 어떠했는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였는가? 혹은 불행하게 하였는가 ?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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