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다.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무성한 잎새를 드리웠던 나무들도 하나둘 자신과 함께 했던 가을 단풍을 하나둘 추억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자신이 소유한 것을 버릴 줄 알아야 또다른 생명을 잉태할 수 있다’는 나무는 자연의 순리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초겨울 바람에 잎새를 내준다.

초겨울 바람에 갈대가 흐느끼고, 잎새는 겨울 공간에서 춤을 추듯 사뿐히 내려와 대지를 덮는다. 초겨울의 길목에 서면 파스칼의 명언처럼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글귀가 가슴을 파고든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맞닥뜨리는 질문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간으로서 불안감은 더욱 팽배해지고, 위와 같은 질문은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인공지능의 개발로 지구상에서 수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뜩이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는 더 많은 고민거리로 작동하고 있다. 청소년기부터 과도한 경쟁과 물질주의에 에워쌓인 청소년들은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양심마저 내팽개칠 수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주저없이 털어놓는다.

지난해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가 초.중.고등학생 1만1천여 명의 설문을 발표해 충격을 던져주었다. 청소년 정직지수 조사에 따르면 일부 청소년들은 10억 원이 생긴다면 당신은 죄를 짓고 1년간 감옥살이를 할 용의가 있는가에 대해, 고등학생 2명중 1명은 감옥에 가도 괜잖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억을 주면 1년간 감옥에 가겠다는 비율이 초등학생은 17% ,중학생은 39%, 고등학생은 56%로 조사됐다. 흥사단 투명사회본부 윤리연구센터에서 2010년부터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들의 정직 윤리 의식을 조사하는데, 이런 답변 비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어떤 의미에서 왜곡된 자본주의와 물질주의,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교육도 과도한 경쟁이 협동의 원리를 압도하고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정직이나 윤리적인 가치가 점점 우선순위에서 물러나면서 결국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서 어떤 잘못을 해도 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다. 이 사회가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보면 교육을 통해서라도 개선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다 보니까 기성세대와 사회의 가치관들이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에게 점점 이전돼서 미래가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힘들어지고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물질문명의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양심이라는 말이 거추장스럽게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자독식의 사회로 접어들어 패자들은 설자리를 잃게 만든다. 그러나 공생의 삶의 파괴되면 인간은 멸종할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생구조를 갖고 사는 종이 바로 식물과 곤충일 것이다. 식물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촉매작용을 하는 곤충이 있어야만 가능하고, 벌과 나비 등은 꽃에서 양분을 취득하는 상생의 구조이다. 인간에게 이런 상생의 구조를 갖기 위해서는 양심의 회복만이 공생을 가능케할 수 있을 것이다.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이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양심의 실천을 통한 삶의 아름다움을 체득할 수 있도록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일 게다.

겨울의 문턱에서! 본성으로 돌아가자.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