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지난해 필자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았다. 당신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어린 아이들부터 십대 청소년들 그리고 중장년층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한결 같이 이렇게 말했다. “가정의 행복입니다. ” 그렇다. 나이,성별,사회적 지위나 경제력과 상관없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행복한 가정을 소망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가정은 부부중심이나 혈연중심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이루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가정에 대한 중요성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혼자 살기보다는 가정을 이뤄 가족을 만들며 살아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아주 오래전부터 가정은 인간 삶의 근거지이며 안전과 행복의 근원지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가정생활은 개인 및 사회 생활의 바탕이 되며 가정 생활이 원만하면, 그 가족구성원 모두의 개인 생활이 원만할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도 그 에너지를 통해 더욱 왕성한 활동과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현 사회에 이르러 지금 우리의 가정은 과거 가족이 지닌 주요기능들이 약화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많은 문제들을 오히려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부부간의 역할분담과 권력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 과거의 권위주의적, 수직적 부부관계에서 오늘날은 평등한, 수평적 관계로 바뀌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의 사고를 가진 채 과거의 인식에 머물러 있는 가족구조에서는 아무래도 다양한 가정내 문제들이 더욱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부부간의 문제,자녀 문제,가정내 폭력문제,가사노동의 불평등으로 인한 갈등 문제,여성들의 취업증가로 노부모 부양의식이 약화되면서 더 심각해져가는 노인 부양의 문제, 높은 이혼율증가로 가정의 해체 또한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국가의 보호와 지원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결국은 가정,학교, 사회에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가정, 학교, 직장,사회 등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어서 이제 이러한 문제들은 한 개인의 사적인 영역의 문제가 아니며 따라서 개인이 혼자 해결한다는 것은 사실 많은 어려움들이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가족복지정책은 다양하게 변화하는 가족의 형태와 문제의 요인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단편적이고도 일률적인 지원정책으로 생색내기에 그치고 만다. 올해는 복지정책 부분에 있어서도 자칫 무관심속에 소외되고 방치될 수 있는 가정과 가족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본다.

종종 언론이나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가정폭력 사건, 가족간 동반 자살 등은 가장 마음 아프고도 안타까운 소식이기도 하다. 조금만 더 주변의 관심과 지원이 있었더라면 단 한 사람이라도 귀기울여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갔더라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희망의 끈을 놓치는 않았을 것이다. 가정의 행복은 노력 없이 그냥 저절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의 끊임없는 노력과 애정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실과 안전한 사회는 안전한 가정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으로 가정과 사회는 결국 별개가 아닌 하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나의 가정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내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그 어느때 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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