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얼마 전 절에서 나이 드신 두 아주머니께서 말씀을 나누시고 계셨다. 들어보니, ‘요즘 젊은 애들이 참 불쌍하다, 시집·장가가기도 힘들고, 애들 키우는데도 돈도 많이 든다’ 등의 다 장성한 자제분들의 삶을 걱정하는 말씀이었다.

사실 우리 사회 내에서 이와 같은 비관적인 말들은 너무도 많다. ‘평생을 일해도 강남 아파트 한 채를 못산다’, ‘자녀를 키우는데 수 억 원의 돈이 든다’, ‘빈부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등등 우리 사회를 비관적으로 보는 말들이 넘친다. 소시민의 단순한 넋두리가 아니라 유명 대학교수, 그리고 유력한 정치인 등을 통해서 나올 때, 이들 말들은 진실이 되어버린다.

과연 그럴까?

필자가 대학을 들어갔을 때인 30년 전에는 공부를 못해도 갈 수 없었지만, 돈이 없어도 대학을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나 요즘 등록금이 없어서 대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또 당시 학원과 과외가 엄격히 금지되었음도 불구하고 돈 있는 사람들은 남몰래 과외 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반면 요즘은 학교의 방과 후 혹은 인터넷 무료강의 등이 잘 되어 있어서 학생 본인의 의지와 부모의 지도만 있다면 거의 돈들이지 않고 얼마든지 좋은 과외교육도 받을 수 있다. 만약 학원비로 생활고를 얻고 있다면 그것은 본인들의 선택이지 사회 탓일 수는 없다.

특히, 직장인 삶의 의지를 꺾는 수 십 억 하는 강남아파트문제는 한 마디로 선동에 불과하다. 어느 나라에나 부촌은 있기 마련이고, 이들 지역이 일반 봉급생활자가 들어갈 수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만약 ‘한평생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채 살 수 없다’라고 한다면 그 사회는 정말 문제이지만, 우리 사회의 소득 대비 주택구매구입능력 지표는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다.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선동적이고 왜곡된 말들이 난무하고, 국민들은 손쉽게 이들 말에 동조하며 우리 사회를 비하하고 있다. 조금만 냉정히 확인한다면 이를 반증할 자료는 얼마든지 있다. 한두 가지 예만 들어보자.

과거에는 양육문제로 대부분의 여성들은 전업주부가 되어 자신의 사회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직장에는 육아시설이 설치되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육아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워졌다. 아이와 같이 출근과 퇴근을 하며 더 이상 자신의 꿈을 포기할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맞벌이로 인해 가정의 소득이 두 배로 늘어났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요즘 대학들은 총학생회장, 학회장 선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에는 이들 학생을 선발하여 대학·교수와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의 통로로 활용하고자 하나, 도통 학생들은 이런 것에 관심이 없다. 학생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이들 학생회장에 주어지는 장학금의 이점이 국가장학금 혹은 학자금대출 등으로 인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힘들고 시간 빼앗기면서도 장학금을 받기 보다는 국가장학 혜택을 받고 대학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이 최근 대학 학생회구성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이다.

얼마 전 OECD에서 발표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2014년까지의 각국의 상위와 하위가구의 소득변화에 대한 지표가 발표되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금융위기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너무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상당수의 조사대상 국가들의 소득이 감소하였고, 특히 하위층 가구들이 더 큰 여파로 빈부격차가 심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10년 동안 스페인의 하위층 소득은 69% 감소한 반면 상위층 소득은 20%만이 감소하여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었다. 이외에도 그리스 67%와 45% 그리고 미국 21%와 2% 등으로 상위층에 비해 하위층의 소득감소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칠레와 한국은 이들 국가와 달리 양의 성장을 기록하여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칠레의 경우는 하위층 소득이 30%증가하였고, 상위층 소득은 42% 증가하였다. 한국 역시 저소득층의 소득은 30%가 증가한 반면 고소득층 소득 역시 10%성장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금융위기 이후 소득이 증가하면서도 상위층보다 하위층 소득이 더욱 증가하여 결과적으로 빈부격차도 일정 부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겸손과 비관이 같을 수는 없다. 또한 우리 사회가 지상낙원이지도 않다. 무수히 많은 불합리한 모습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자기 비하는 사회의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하기보다는 역작용이 더욱 클 수 있다. 현상을 왜곡함으로써 우리가 갈 길을 잘못 인도할 수 있다. 보다 현실을 이성적으로 볼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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