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준 식(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최근 ‘졸혼’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졸혼이란 결혼생활을 졸업한다는 뜻이다. 최근 한방송사 TV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백일섭이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졸혼을 했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에 관심을 끌었다.

졸혼이란 용어는 원래 2004년 일본의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저술한 ‘졸혼을 권함’이란 책에서부터 시작되어 최근에 우리나라에 전파되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황혼이혼’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황혼이혼이 법적으로 완전히 헤어져 서로 간에 감정적으로 완전히 남남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반해, 졸혼은 단지 각자의 삶을 위하여 별거하거나 동거하더라도 일절 배우자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유대는 유지하는 묘한 관계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졸혼의 의향을 묻는 질문에 긍정의견이 57%, 부정의견이 40%로 나타났고, 미혼 남녀의 경우도 여성 63%, 남성 54%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도 여성 53%, 남성 32%가 긍정했다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졸혼에 대하여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권이 신장되면서 그간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속박되었던 여성들이 가정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회활동을 지향하게 되고, 여성의 경제적 부의 축적이 증가됨에 따라 남편이나 자식에 대한 장기간의 희생과 봉사에서 벗어나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살아보고자 하는 보상 심리가 작용한 면이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남성도 비슷한 사유로 자유를 얻고자 하는 것이 사실이다.

졸혼은 부부가 각자의 사생활을 보장하고 서로의 취미활동을 존중함으로써 싱글과 같은 산뜻함을 느끼고 서로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배우자와 분리하여 생각하므로 자존감을 높이고 때론 상대방이 소중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혼이나 별거와 달리 상대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없고 재산분할 등 법적인 분쟁이 없다. 그러나 어색하고 이상한 동거관계가 문제이고, 자식보기 부끄럽고, 사생활의 자유를 얼마나 지켜주어야 하는지 문제점도 있다고 한다.

 졸혼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너무 생소한 말이다. 삶이 어렵고 허리가 휘는 우리의 현실에서 미친 소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부부는 노년의 생활을 서로 의지하며 살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서로 믿고, 밀고 당기는 관계 속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와 소통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노년은 여유롭고 부드럽게 늘 인내하면서 양보하며 의지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졸혼’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부부가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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