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종 렬 전 음성교육장

 
 
목민심서, 대동야사, 매천야록 등에 나오는 공통된 말이 있다. ‘미꾸라지는 개울을 어지럽히고, 간신은 사직을 어지럽힌다’는 말이다.

요즘 ‘법꾸라지’라는 단어가 유행어 중의 하나다. ‘법꾸라지’란 법률과 미꾸라지를 더한 신조어로, 탁월한 법률지식을 활용해 법망을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교묘하게 피해 다닌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의 하버드대학교 법과대학 건물에는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강요하기 전에 법을 만든 사람과 집행하는 사람이 먼저 지켜야 한다."는 "준법정신" 경구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세계의 다민족이 총집합한 거대한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이러한 준법정신이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사형될 것도 알았고, 충분히 도망갈 수 있는 것도 알았지만 ‘악법도 법’이라는 한마디로 자신을 내던졌고, 결국 서구사회는 법에 의한 제도를 완성해 오늘날 민주국가의 틀을 만들었다.

영국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윈스턴 처칠 수상이 어느 날 국회를 가는 도중 시간에 쫓겨 운전사가 급히 차를 몰았다. 그런데 교통경찰이 그 차가 과속으로 오는 것을 발견하고 재빨리 차를 세웠다. 그리고 운전사에게 공손히 경례를 한 후 "과속을 하였으니 면허증을 주시오"라고 말했다. 시간에 쫓기고 있는 운전사는 뒤 좌석에 앉아 있는 수상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회의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과속을 조금 했소"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교통순경이 물었다. "저분이 누구시오" "수상 각하시오" 운전사는 나직한 목소리로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에 교통순경은 뒷좌석의 처칠 수상을 힐긋 바라보고 나서 태연하게 말했다.

"얼굴은 수상 각하를 많이 닮았군. 그러나 법을 지키는 것은 우리 수상 각하를 닮지 않았소." 그 말을 들은 수상은 운전사에게 면허증을 주도록 지시했다. 교통순경의 법집행 자세가 의연하고 입씨름으로 시간을 더 지체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칠 수상은 의사당에서 시정 연설을 한 후 공관으로 돌아와 경찰의 총수인 경시총감을 불렀다. 자신의 과속한 차를 단속한 경찰관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처칠 수상은 경시총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총감, 수상의 차라고 하여 눈치를 보지 않고 의연하게 딱지를 뗀 그 교통순경은 매우 훌륭하였소. 그러니 그 직원에게 한 계급 특진을 시켜 모든 경찰관이 그와 같이 공정하게 법 집행을 하도록 교육을 하여 주시오"하고 지시를 했다. 그러나 경시총감은 거절했다. "각하, 법규를 위반한 수상 각하 차를 적발했다고 해서 특진 시키라는 규정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알겠소! 오늘 나는 경찰관에게 두 번이나 당하는군" 고집이 센 처칠 수상도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처칠은 그날 런던의 경찰들에게 두 번 당했지만 자신이 영국의 수상임이 한 없이 자랑스러웠다는 것이다. 수상이라도 비상식적 특권을 누릴 수 없는 도덕과 준법의 나라! 이것은 영국의 자랑이 되었고 신사도의 출발이었다. 선진국의 법에 대한 인식은 사실 간단하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지켜야 하는 사회적 약속이기에 모두가 공평하게 지키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에겐 아직도 서러운 세상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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