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을 제정하고 젠더폭력 근절을 약속했다. ‘젠더’는 우리말로 ‘성별’ ‘성차’ ‘사회적 성’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생물학적인 성을 의미하는 섹스와 구분하기 위해 선택된 단어였다. 다시 말해 젠더는 성별 정체성이나 성별 역할이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적 상황에서 재구성되고 변화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성의 건강에 대한 항목에서 섹스와 젠더의 차이를 “섹스는 남녀를 구분하는 생물학적 · 육체적 특성이고, 젠더는 특정 사회에서 남자와 여자에게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적 역할 · 행위 · 활동 · 자질을 각기 의미한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섹스(Sex)는 생물학적 범주를 지칭하는 용어이며, 젠더(Gender)는 사회적 또는 문화적 범주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서구에서 여성이 동등한 법적 · 제도적 권리를 얻은 1970년대에도 일상에서는 물론, 문학 · 예술과 사회학 · 역사학. 정치학을 비롯한 여러 학문 분야에서 여전히 배제되거나 누락되고, 성별 차이로 인해 생긴 격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현실은 주요 비판 대상이 되었었다.

그럼 젠더폭력이란 무엇일까? 사회 문화적으로 부여된 여성성과 남성성을 바탕으로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통칭한 말이다. 여성을 공격하는 여성폭력과 남성을 공격하는 남성폭력이 있는데, 젠더폭력은 대개 여성폭력으로 통한다. 젠더폭력은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강간), 가정폭력, 성매매 등이 대표적 형태이다.

젠더폭력은 성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해 주로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신체적, 성적, 정서적 폭력과 통제, 경제적 피해 등을 포괄하는 용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말을 진부한 말처럼 치부하면서 성차별에 관해 낙관적인 견해를 보인다. 물론 여성의 일반적인 지위는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개선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개선은 어디까지나 상대적 의미에서의 개선일뿐 아직도 성차별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분명한 모습으로 때론 잘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모습으로 여전히 많은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주요 공간인 가정과 학교, 직장 그리고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차별은 물론 느끼는 개인에 따라 온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폭력에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의 경우 여전히 피해자들은 입을 열어 그들의 목소리를 다 내지 못하고 있다.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피해자의 치부로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과 무관심 등은 결국 폭력을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상담소에서도 연간 약 2천여건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고 가정폭력(가정문제)과 성폭력(성문제)상담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피해자의 약 80%는 여성이다.

이들 역시 우리가 관심 가져주고 보호해주여야 할 지역사회 구성원들이지만 폭력을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한 젠더 기반 폭력은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다. 안전한 사회 행복한 사회란 성 평등과 인권의식을 기반으로 하여 폭력의 민감성을 높이고 폭력을 허용하지 않은 사회 더불어 나와 타인의 인권을 지키고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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