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란 수필가

 

 
 

몇 년 전부터 우리부부는 주말이면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농장으로 출근을 한다. 그곳은 남편이 퇴직 후 직접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곳으로, 우리가 함께 주말을 보내는 곳이다. 첫해 농사를 지을 때에는 재미있고 즐거워서 새벽 4시에 일어나 풀도 뽑았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요즘 들어서는 잡초 제거가 힘들고 자꾸 꾀가 생기면서 제초제도 치고 밭고랑 사이에 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부직포로 밭을 도배하기도 한다. 농사짓는 것이 너무 힘들어 질 즈음, 우연히도 우리는 이러한 생활을 주말에 누리는 힐링의 시간으로 가지자고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다. 서로 마음을 바꾸는 데에는 농사짓는 두 이웃선배와의 만남으로부터였다.

두 이웃선배 중 한 분은 주중에는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다가 주말에 와서 농사를 지으시고, 또 한 분은 서울에서 주말 농장을 10년을 넘게 하시다가 최근 귀농하신 분이다. 그렇게 주말이면 우리 남편을 포함해서 3명의 남자들이 농사를 지으며 힐링을 하겠다고 한 마을에 모인다. 처음엔 어색했고 서로 마음 열기도 못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지금은 서로의 가정에 희노애락을 함께 이야기하고 위로와 격려를 한다. 그렇게 한 집에 모여 같이 밥을 먹고, 지나가다 안보이면 걱정하고, 힘든 일을 서로 도와주려고 하는 삼형제이자 이웃 삼총사가 되었다. 요즘 세상에 이웃이 서로 마음 문 연다는 것이 쉽지 않다 생각했는데, 화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참 기쁘다.

우리 남편은 평소에 머리가 자주 아파서 두통약을 많이 먹었는데 주말에 농사를 짓고부터 약을 먹지 않고 있다. 아마도 비슷한 취미를 가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만드니 그보다 좋은 약은 없었나보다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농사를 지으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머리는 많이 힐링이 되었던 것 같다.

세 삼총사는 고향도 다르고 직업도 다른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인생 종착역과 편안한 휴식처가 같아서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길을 함께 동행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배려하고 서로에게 마음 주려고 하는 보기 좋은 지금 모습이 영원한 삼총사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금보다도 더 귀한 이웃 삼총사 되게 한 것에 감사하면서 노력을 더 해야지 다짐한다. 그러면 농사짓고 있는 마을도 지금은 썰렁 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동네가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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